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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대학의 입시제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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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등학교·대학의 입시제도가 다시 크게 개편될 기운을 보이고 있다. 문교부는 이미 이 같은 기본방침 을 세우고 관계관 및 전문가들로「교육내용 평가회」를 구성하여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한다.
현행 고교·대학입시제도의 병폐가 널리 지적되기는 어제, 오늘에 비롯된 일이 아니다. 지나친 학교차, 입시과열경쟁, 과외수업을 위한 과중한 교육비부담 등 그 피해는 해가 갈수록 심화해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병폐는 비단 관계관·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3병」·「고3병」이란 말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듯이, 진학을 앞둔 수십만 학생들과 또 그 몇 배의 학부모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서민생활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가 결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님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따라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입시제도가 그렇다면 가장 좋은 제도가 되겠느냐하는 것은 얼른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입시제도를 어떻게 개혁해야 되겠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범답안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고교·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는 그 동안 이 같은 당위론과 실행론의 틈바구니에서 답보 만하고 있었던 형편이다.
분명한 것은 우선 지나친 입시경쟁과 과외공부로 인한 학생들의 과중한 심신의 부담을 덜어줘야 되겠다는 것이요, 그와 함께 과중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가볍게 해줘야 되겠다는 요청이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고등교육기관의 하향적 평준화로 인해서 고교나 대학의 질이 저하되어서도 안되겠다는 것도 또한 절대적인 요청이다. 입시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의의「딜레마」 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교육내용 평가회」가 새 제도 마련에 앞서 꼽고있는 연구방안으로서는 고교입시에서는 ①「학군제」의 실시 ②중학성적 내신제 등이고, 대학입시에서는 ①현행 예비고사성적의 대입에의 적극적인 반영 ②대입시험과목의 개별화와 적성검사실시, 그리고 ③고교성적 내신제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어느 경우나 입시경쟁을 위한 학생 및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는 된다. 그러나 그 반면 그것이 입시제도 개편에서 무시되어서는 안될 또 다른 요청, 즉 고등교육 기관의 질의 향상과 안정성의 요청을 충족시킬 묘안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는 방안이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교육문화의 질적 향상은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계이다. 이러한 경쟁적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일류고 라는「엘리트학교의「레종·데트르」(존재매유) 을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평준화를 대방향으로 하는 어떠한 입시개편 구상도 수재교육의 기회를 말소하지 않는다는 다른 유보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믿는다.
중학입시제도 철폐로 해서 60년대의 교육개혁은 성공한바 있다. 고교·대학 입시제도 개편의 성패는 초년대가 안고 있는 우리 교육계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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