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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윤은 한국 신문학의 개척자|고대 장사 김기현씨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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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학자며 교육가로 널리 알려진 기당 현상윤이 실인즉 「춘원과 쌍벽을 이루어 소설 사상 기억해둘 작가」라는 것이 최근 주장되고 있어 문단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기현씨 (고려대 강사)는 최근에 나온 「문학과 지성」 겨울호 (통권 10호) 에서 『현상윤의 단편소설 그 특질과 문체』를 발표, 육당·춘원과 함께 이 땅의 신문학을 개척한 공로자의 한사람임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문학사적으로 볼 때 현상윤은 이 땅의 단편 소설도를 개척한 선구자의 한사람이고 또 춘원과 함께 신문학 초기에 있어 소설 문장을 개척한 공로자』라고 설명한다.
1918년까지의 기당의 문학사적 위치를 재평가한다면 필자는 그의 언문일치의 문장은 물론 그가 남긴 단편 소설·신시 등으로 해서 육당·춘원과 함께 이 땅의 신문학을 개척한 공로자의 한사람이며 소설로는 이인직의 「바통」을 이은 작가, 곧 춘원과 동렬에서는 신소설 작가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전개함에 있어 김씨는 『우리 현대 문학의 연원을 이룬 개화기의 작품 요리할 때 흔히 최남선과 이광수의 공적만을 피상적으로 과대 평가하여 현대 문학 사서 등에서 「2인 문학 시대」를 고집하고 있으나 그런 타성과 편견을 시정하는 자료로서 이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기당 현상윤은 1910년대에 동경 유학생 잡지 「학지광」과 육당이 경영하던 「춘춘」지 등에 단편을 발표했다.
1914년 『한의 일생』『박명』에 이어 15년에 『재봉춘』, 17년엔 『광야』를 「춘춘」지에 발표했다.
김씨는 이들 소설을 분석하여 추출한 특질로서 ①주제의 탈 계몽성 ②달라진 구성법을 들고 있다.
기당의 소설은 주제 면에서 볼 때 신소설의 주제에 비해 개척적이라는 것이다.
이인직·이광수 등이 개화·계몽을 노출시키는 공리적 목적 의식을 내포한 정치 소설을 썼다면, 기당의 작품은 신교육을 고취하고 자유 연애를 구가하는 면이 있으나 그러한 계몽성을 지향한 탈 계몽성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 구성법에 있어서도 서구식 발단의 수법을 써서 허두에 사건이 어느 정도 진전된 후에 나타날 장면이 불쑥 나오거나 사건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분위기를 묘사한다.
이점 고소설을 탈피한 신소설의 경향을 모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또 「해피·엔딩」이 아닌 주인공의 비극적 최후도 서슴없이 그리고 있다.
고소설의 무대가 주로 중국이지만 그의 소설 공간은 춘원 등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고향인 평안도였다. 초인적 인간이 아닌 범속한 인간상을 주인공으로 실정한 것도, 그래서 근대적 인물의 등장, 현대 소설의 애인역 내지 타락한 신여성 형상화의 면에서 김동인·염상섭의 선편이라는 해석이다.
문체 면에서는 ①문장이 국한문혼용체로 이인직의 『혈의 누』 이래의 전통을 받고 있다. 게다가 국어체 문장을 쓰려고 애쓴 점도 두드러진다. ②미숙하나마 묘사적인 문장을 보여주고 있다. ③사용한 어휘가 일상어다. ④문장 중 활용 어미의 자각이 두드러진다.
가령 「이라」「더라」「노라」등 시제의 무자각한 사용이 없잖으나 「소리가 난다」 「들고 나온다」 등의 현재형을 많이 썼다.
또 ⑤지문과 대화를 구별해 썼다. 신소설에서 비롯한 화자 표시를 붙여 지문과 대화를 구분해 썼다. ⑥재래 문장이 수다스런 만연체 또는 운문체인데 비해 그의 문장은 많이 짧아지고 있다. 오늘의 문장 수준으로 별것이 아니지만 당시로는 춘원이나 기당의 문장은 참신하고 경이적인 문장이었다.
이같이 살피고 김씨는 결론적으로 기당의 소설에 대해 문학사가들의 새로운 인식을 기대하면서 1900∼1910년대의 개화기 소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문학적인 연구·평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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