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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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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2년의 음악계는 여러 면에서 풍성한 한해였지만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예년에 비해 수준이 높은 유능한 신인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점이다.
문화계 다른 분야와는 달리 악단에 등장하는 신인들은 거의가 여성이며 특히 연주부문은 더욱 그러하다. 국내 음악대학 재학생의 근 9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우리 나라에는 딸을 낳으면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가르치지만 남자가 음악을 해서 무엇하느냐는 봉건적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악단에의 「데뷔」는 뚜렷한 관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학업을 마친 다음 발표회를 가짐으로써 평가를 받고 서서히 등장하는 것이다.
유능한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음악 「콩쿠르」 몇몇 있지만 대부분 중·고교생 또는 대학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고있어 「데뷔」라고는 볼 수 없다.
해마다 국내 각 대학은 5백여명의 음악도를 배출하고있지만 이들 중에서 우수한 극소수가 다시 몇 년간의 외국유학으로 고된 수업을 거쳐야만 악단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음악교육에 무엇인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72년도 악단의 수확은 오랫동안 외국서 공부하고 돌아와 국내에 본격적으로 「데뷔」했거나 처음 「데뷔」한 얼굴들-「피아노」의 이방숙·손국임·고중원, 성악의 김청자, 「플룻」의 강영희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오랜만에 성악부문에서 유능한 신인이 등장한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또 아직 외국에서 학업중이지만 「바이얼린」의 구진경, 「피아노」의 조영방, 그리고 일본에서 활약중인 「소프라노」 신영자양 등이 잠시 귀국해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외국에서 갓 돌아와 「데뷔」하는 신인들의 수준은 아직 연륜이 짧아 성숙하지는 못했어도 국내악단을 통틀어 제1급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고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에서 경쟁대상이 없고 발표무대가 없다고 해서 연주보다는 후진양성에 치우치는 한국적 풍토에 젖지 말고 계속 정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72년의 신인들은 모두 『교단에 서는 음악가이기보다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다짐한다.
▲이방숙(피아노) 이화여고를 거쳐 65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이양은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에서는 「아리스토·디풀로머」를 획득했다. 그는 손도 크고 「스케일」이 큰 남성적 연주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연세대와 서울예고에 강사로 재직 중.
▲김청자(메조·소프라노) 오랜만의 성악부문 신인으로 주목을 끄는 김양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발성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63년 진명여고를 졸업한 후 도독, 「레오폴드·모차르트」음악학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했고 「비엔나·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또 금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3등으로 입상했다. 내년 봄 김자경 「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 출연할 예정이다.
▲손국임(피아노) 「파리」에서 수학한 손양은 여성다운 섬세함과 「테크닉」이 풍부한 탄력성 있는 연주라고 평가받고 있다.
64년 경기여고를 졸업했고 서울대음대를 거쳐 도불, 「파리」의 「레콜·노르말·드·뮤직」에서 동교 최고학위인 「리상스·드·콩세르」를 획득했다. 현재 서울예고 강사로 재직 중.
▲강영희(플룻) 「플룻」 부문에서 오랜만의 「유망주인 강양은 이미 70년의 귀국독주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6년 서울예고를 졸업한 후 도일, 「구니다찌」(국립) 음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또 금년 봄 「스위스」 「취리히」 음악학교를 수료했다. 현재 서울예고 강사로 재직 중.
▲고중원(피아노) 서울예고를 거쳐 67년 서울대음대를 졸업했고 3년간 서울예고에서 전임강사로 있다가 다시 도미, 「웨스턴·일리노이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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