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화단의 주목 끈 김기린씨의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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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재불화가 김기린씨(35·본명 정환) 개인전이 11월15일∼12월5일 「셍제르망데프레」의 「륀진스키」화랑에서 열려 「파리」화단의 주목을 끌었다. 전시된 작품은 불과 7점에 불과했으나 추상화에 있어서 『동양정신을 표현한 차분한 작가』(「앙리·가리칼르」씨의 평)로 평가되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에 제목이 전혀 붙어 있지 않아 더욱 관심을 모은 그의 작품들은 재료로 한국의 창호지를 사용한 것이 또 하나의 특색을 이루었다.
지난 2일 「프랑스」문화방송은 김씨의 전시회에 관한 해설방송은 특집으로 꾸몄는데 이 자리에서 「누벨·리테헤르」의 미술평가기고가이며 「프랑스」의 제1급 미술평론가인「장·자크·레베크」씨는 『「말레비치」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를 떠나 작가 김씨 자신의 것을 추구한 점이 기대되며 재료에 있어서 서양인이 쓸 수 없는 동양적인 것을 썼다』고 높이 평가했으며 「앙드레·파리노」씨(전 「예술」지 편집국장)도 『젊은 작가로 무게 있는 그림을 그려 기대된다』고 했다.
김씨는 7년 전 「디종」에서 처음 개인전을 가진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전시를 하고있으나 「파리」 「보르도」 「릴르」와 「이탈리아」에서 모두 7차례의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현재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에 5점 외 작품은 내보내고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은 1개의 화폭에 두 가지색 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 같은 화법은 1920년대 소련에서 순수추상을 하다가 정치적으로 매장된 「말레비치」의 형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검정바탕에 흰색으로만 된 직사각형의 그림을 보여주어 「말레비치」가 「사각백색」의 빈 것인 반면 「채워진 흰색」으로 『색의 대조가 아닌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점에서 미술비평가 「앙리·가리칼르」씨는 『과거에 「말레비치」가 했던 살얼음 뛰어넘으려는 진취성이 기대되는 작가』로 그를 보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려는 색과 명암의 경지를 동시에 「플라스틱」한 면에서 처리. 공간문제를 다루려는 것이며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것은 『독자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는 순수한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어인 불어과를 나와 61년도에 도불. 「디종」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파리」미술학교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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