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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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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2년의 음악계는 우선 양적으로 풍성한 한해였다. 그러나 질적인 면도 향상을 보이긴 했지만 양에 비해서는 알차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악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있는 국향·시향 등 양대 교향악단이 각기 상임지휘자 홍연택씨와 전임지휘자 정재동씨를 맞아 차츰 정돈상태에 접어들었고 여기에 대구·부산의 지방교향악단도 많은 활약을 보였다.
1년 동안 1백60여회의 음악회가 열릴 만큼 큰 수확을 거두었지만 예년과 같이 창작과 연주의 균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곡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풍토조성이 되지 못한 채 여전히 빈곤한 창작무대였다. 4회째 계속된 서울음악제와 「창악회」 등의 「그룹」활동이 그런대로 성과를 거두였다.
연주에 있어서는 중견급의 발표가 활발했으며 특히 대학교수연주가들이 대학의 연구비지급에 의한 발표회를 가짐으로써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김자경「오페라」단으로 명맥을 이어오던「오페라」는 올해에 5편이나 공연되었고 특별한 발전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본궤도에 올라가는 것으로 보였다.
또 해외에서 윤이상씨의 「오페라」 『심청』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한국고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윤이상씨는 비록 몸은 서독에 귀화했어도 한국의 얼을 심는 작곡가인 것이며 김영욱·정경화와 함께 올해 한국을 세계에 빛낸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한편 국내연주가들의 해외무대 진출이 올해 들어 활발했다. 「피아니스트」 백락호·장혜원·신수정과 「소프라노」 이경숙·명숙 자매 등이 동남아무대의 개척을 시도했다.
외래 연주가로는 지휘에 「조셉·로젠스토크」 「숄츠」 「오펠라」 등과 「피아노」의 「유리·부코프」 「오거스틴·아니에바스」, 그리고 「아마디우스」4중주단 등이 높은 수준의 연주로 국내악단에 자극을 주었다. 특히 명지휘자 「로젠스토크」초청 국향의 두 차례 연주는 국내 교향악운동의 취약점을 일깨워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적 「심퍼니」의 연주가 없었던 것은 섭섭한 일이었다.
양적으로 풍성했던 72년의 음악계는 음악이론 등에 관한 학구적 연구업적을 남기지 못했고 청중과 악단이 함께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아직은 보수적인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음악인들은 말하고있다.
한편 금년의 국악계는 창작·연주·전수·창극정립 그리고 국악고등학교의 탄생 등 적극적인 진취적 활약을 보인 한해였다.
18년 동안 국립국악원 부설로 있던 국악사양성소가 독립기관인 국악고등학교로 승격, 앞으로 국악인 양성의 요람으로 본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립국악원 아악연주단의 미주지역 순회공연은 국교사상 처음의 일로 민속음악만이 아닌 우리의 정통아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한 것이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례의 국악가곡 경창회가 열려 우리 가곡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끌어 인식을 새롭게 했다.
또 연주분야에서는 국악사상 처음으로 열린 피리독주회(정재국)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유일의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도 정기연주회와 지방 연주회를 계속했으며 대표적 국악곡들을 한데 모은 『한국음악선집』이 LP반으로 나왔다.
한국민속무용단이 「유럽」 및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순회공연에서 갈채를 받은 것도 큰 수확이었으며 한편 가야금의 김영윤씨, 가곡의 이주환씨의 서거는 국악계의 커다란 손실이었다.
73년에는 서울대음대의 국악과가 15명 정원에서 25명으로 문호가 넓어지며 또 대망의 국립극장개관에 따른 국악연주실의 활용이 과제로 남는다.
전통음악·전통연극·민속무용·연희까지를 포함한 전통예술의 상설무대로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의 준비와 계획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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