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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문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금년 한햇 동안의 우리 문학은 각 「장르」에 걸쳐 예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았으면서도 특징 지을만한 하나의 일관된 흐름은 형성하지 못했다. 이것은 곧 열의와 의욕에서 비롯된 문학의 활발한 움직임이 반드시 문단의 전체적인 수준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아무런 발전 없이 침체만 계속되는 현상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활발한 양상이 내일을 위한 보다 바람직한 자세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금년의 문단 활동은 우선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교적 금년 문단 활동의 특이한 현상을 꼽는다면 그것은 30전후의 문인들이 보인 패기 찬 활약일 것이다.
문학 평론의 염무웅·김병익·김주연·김현·김치수 등, 시의 이승훈·정현종·주성윤·조민·이성부·오규원 등, 소설의 이문구·박태순·이청준·조해일·황철영·김문수 등 일련의 젊은 작가군이 보인 다양한 문학 활동은 다만 젊은 문인들이 보일 수 있는 단순한 활기로 돌려버리기보다는 내일의 우리 문단에 뭔과 새로운 기틀을 형성하기 위한 전초 작업처럼 보이게 했다.
특히 문학 평론에 있어서 이러한 느낌은 더욱 두드러져 김주연 등에 의해 시도된 한국 문학사에 대한 비판, 이에 따른 문학사 서술의 방법론과 시대 구분의 문제, 그리고 새로운 문학 흐름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문단 전체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또한 시·소설에 있어서도 젊은 작가들이 보인 새로운 의식 세계의 추구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개성과 독특한 언어의 표현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작가군의 이러한 활약과는 달리 이른바 중견층의 침묵은 다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물론 시에 있어서 조병화 황금찬 김광림 등과 소설에서의 박경리 서기원 최인훈 선우휘 등은 기복 없이 일관된 활동을 보여 몇 편씩의 주목을 끄는 작품들을 내놓았으나 이밖에 대부분의 중견 작가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중견층의 움직임과 비교하여 몇몇 중진 작가들의 꾸준하고 진지한 창작 태도는 흐뭇한 감을 주었다.
즉 시에서 서정주 박두진 박남수 박목월 등의 성숙과 변모, 그리고 소설에 있어서 박영준 이봉구 오영수 이주홍 김정한 등이 보여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복합적인 인식 추구는 후진 작가들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장르」 별로 가장 다양한 활동의 일면을 보인 부문은 시 부문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시인 협회가 주최한 「세미나」가 시의 난해성을 다룬 것이라든지 예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집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든지 연이어 열린 시화전들이 전례 없이 성황을 이룬 사실은 시가 전 보다 많이 대중 속을 침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또한 시에 있어서는 특히 여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겠는데 김후난 허영자 김여정 임성숙 등의 「표후회」와 박명성 박현령 유안진 등 「여류 시 동인」의 시·판화전, 동인지 출간은 여류들의 활동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각기 새로운 시작의 방향·문제 의식들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특이할만 했다.
이밖에 금년의 문단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동 문학·시조·수필 등 종래 문단에서 소외 받던 「장르」가 새로운 기틀을 확립하기 위해 끈질긴 집념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 「장르」의 활동은 대체로 동인지 및 특수 월간·계간지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고작이었으나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한 발돋움으로서는 성공적인 것이었다.
금년의 문학상 수상자로는 박경리 (월탄 문학상) 이추림 (문협상) 조영서 (현대 시학상) 이문구 (한국 창작 문학상) 등이 있었고 문단의 원로 주요섭씨의 서거는 금년도 우리 문단의 큰 손실로 꼽힌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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