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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마지막 우주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폴로」 계획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두 우주 비행사가 여섯번째로 달에 착륙하여 달의 기원·구조·기능을 밝히기 위한 탐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아폴로」 17호는 지난 11년 동안 2백50억「달러」가 투입된 「아폴로」 계획의 최종편이다.
두 우주 비행사는 20세기 안엔 후임자가 없는 달 착륙인이 될지 모르며, 이들은 지나칠이만큼 많은 달 조사 임무를 부여받고 46억년 묵은 달의 신비에 도전하고 있다.
「아폴로」 계획은 당초 20호까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69년7월21일의 역사적인 첫 달 착륙이 성공한 뒤에 미국의 여론이 「아폴로」 계획에 비난적으로 바뀌면서 우주 예산이 대폭 감소됨에 따라 17호로 끝을 맺게 됐던 것이다. 그에 따라 18, 19, 20호에 적재할 예정이었던 여러 가지 실험 장치를 17호에 싣고 달에 갔다.
「아폴로」 17호의 우주 비행사들은 달 차량을 타고 달리면서 달 내부의 밀도가 높은 곳을 찾는 이동 중력 측정과 그 존재가 최근에 입증된 중력파에 대한 실험, 달을 도는 궤도에서의 「레이다」에 의한 달 구조, 5마리의 「포키트·마이스」라는 생쥐의 두뇌 조직에 미치는 우주선의 영향 조사 등 지나칠 정도로 여러 가지 관측을 하게 됐다.
달의 과학에 관한 한 「아폴로」 계획은 많은 새로운 사실을 밝힌 반면 또한 많은 새로운 수수께끼를 낳았다. 그 동안 5회에 걸쳐 가져온 달 암석을 분석 연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너」의 달 자료 연구소를 「정신 병원」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와 달의 정체는 아직도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질학 전문가인「슈미트」 박사를 달에 보낸 것도 좀더 정확히 달의 정체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75시간 동안 달에 머무르면서 벌이는 이번 월면 과학 실험은 지질 전문가에 의해 착륙 지점의 성질상 가장 최근의 암석과, 가장 최고의 암석이 동시에 채집된다는 절호의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달의 정체를 완전히 밝혀 내리라고는 믿어지지 않고 있다. 그 점 「아폴로」 계획의 종결을 NASA (미 국립 항공우주국) 당국자 못지 않게 지질 전문가 등 과학자들이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20일 새벽 「아폴로」 17호가 지구로 귀환함으로써 「아폴로」 계획은 끝나고 73년의 「스카이래브」 계획, 75년의 미·소 공동 우주 계획 (「아폴로」-「소유즈」의 「도킹」)을 비롯한 화성 연착 계획, 자주 왕복선 (스페이스·셔틀) 계획 등으로 「바통」을 넘긴다.
「아폴로」 계획은 딴사람이 아니라 바로 미국인들에 의해 가장 격심한 비판을 받고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끝을 내는 것이지만, 그 계획이 낸 성과의 위대성은 간과할 수가 없다.
인류의 능력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보여준 점, 1만건의 새 기술과 50만건의 기술 정보를 산업계에 심어 주었다는 점, 「시스팀·엔지니어링」 (조직 공학) 수법의 개발, 지구상의 해양 개발 및 공해 방지에 상용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 인간의 우주관 내지 인생관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등 「아폴로」 계획의 성과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거대 과학 (빅·사이언스)의 중점을 지양하고 기술 전반을 고루 발전시켜 그 결과를 빈곤 해소 등에 활용하기 위해 「아폴로」 계획을 끝맺는 의도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동서 해빙기에 들어선 오늘날 동서 냉전의 소산으로 급 개발된 「아폴로」 계획이 끝나는 것은 당연한 추이이다. 그런 뜻에서 미·소 공동의 유인 우주선 계획이 미구에 실현된다는 것은 뜻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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