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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연령 높아지고 초혼남 + 재혼녀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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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10년 개봉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삶과 사랑을 다뤘다. 영화에서 아내와 사별한 김만석 할아버지는 우유배달을 하다 만난 파지 수집 할머니 송이뿐과 잔잔한 사랑에 빠진다. 고령화 시대,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한국사회의 현실이 묻어나는 영화다.

 해가 갈수록 황혼의 이별과 만남이 늘고 있다. 남녀 모두 재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초혼남과 재혼녀 커플의 결혼도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우리나라의 이혼·재혼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1982년 이후 30년 동안의 이혼과 재혼 통계를 처음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남자의 평균 재혼연령은 82년 38.9세에서 2012년 46.6세로 7.7세 늦춰졌다. 초혼이 늦어진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도 82년에는 30대(42.7%)가 가장 많았으나, 2012년에는 40대(36.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늦은 재혼’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이후 40대 이하 남자의 재혼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50대와 60대 이상 남자의 재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자의 평균 재혼연령은 82년 33.7세에서 2012년 42.3세로 8.6세 증가했다. 남자처럼 주 연령층이 30대에서 40대로 옮겨갔다. 82년에는 20대(40.2%) 재혼이 가장 많았지만, 2012년에는 30대(35.7%) 재혼의 비중이 가장 컸다.

 재혼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도 해가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전체 재혼 중 초혼남-재혼녀 부부의 구성비가 82년 15.1%에서 2012년 26.9%로 껑충 뛰어 올랐다. 반면 재혼남-초혼녀의 구성비는 82년 44.6%에서 2012년 19.2%로 줄어들었다. 초혼남-재혼녀 부부의 구성비가 재혼남-초혼녀를 넘어선 것은 96년부터다. 아직까지 가장 흔한 재혼 형태는 재혼남-재혼녀의 결합이다. 재혼남-재혼녀 비중은 82년 40.3%로, 재혼남-초혼녀 부부의 비중(44.6%)보다 작았지만 85년에 이를 넘어섰다. 재혼남-재혼녀 비중은 2004년 58.5%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들어 2012년 53.7%까지 내려왔다.

 통계청 이재원 인구동향과장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재혼녀·초혼남 비중도 따라 늘어났다”며 “황혼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는 것은 고령화 사회의 전형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 30년간 이혼건수는 82년 이후 계속 상승해 ‘카드대란’ 당시인 2003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이혼은 82~97년 연평균 8.8% 증가하다가 98~2003년에 11%로 기울기가 더 급해졌다. 하지만 2004년 이후에는 연평균 3.9% 줄었다. 또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 구성비율은 82년 4.9%로 가장 낮았지만, 2012년에는 26.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과장은 “대체적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이혼율도 올라간다”면서도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여권이 신장하면서 ‘더 이상 참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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