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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겨울 등산-겸허한 마음 완벽한 장비로 정상정복의 꿈이 영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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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등산인구 줄잡아 1백만명>
신비의 능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오르고 또 올라도 4계는 백색뿐, 영하의 혹한을 뚫고 올라선 정상에서 내려다본 시계도 백색 망망.
숨을 턱까지 몰아쉬는 고달픔이 있거나, 때로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위험이 뒤따라도 「알피니스트」들은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신념 속에서 겨울에도 산과 벗하게 된다.
1년 가운데 겨울이 가장 어려운 등산「시즌」. 그러나 영하의 온도를 몸의 열기로 녹이며 정상을 정복하는 「산악인의 멋과 맛」은 겨울이 아니면 찾을 수 없어 최근의 등산은 일대 「붐」을 이루고있다.
국내의 등산인구는 줄잡아 1백만명, 건전한 「레저」속에 살고있는 이들「알피니스트」들은 주말마다 서울 가까이는 백운대·도봉산·수리산, 좀 원거리로는 대둔산·운악산·치악산·명지산, 그리고 2, 3일「코스」로는 설악산·지리산·한라산 등을 즐겨 찾는다.

<위험부담, 여름등산의 몇 배>
빙벽과 싸워 이기는 쾌감,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정상을 정복하는 즐거움 때문에 이들에겐 겨울에도 쉴 사이가 없다. 더욱 「히말라야」와 「알프스」, 그리고 「알래스카」의 「매킨레이」산과 같이 「알피니스트」들의 꿈이 어린 산들 모두 살을 에는 추위, 칼날과도 같은 빙벽, 깊이 수백m에 이르는 적설량 때문에 유명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겨울등산의 중요성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계등산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주의가 필요한 것도 물론이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률도 높은 겨울등산이다. 작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상에 걸릴 수도 있으며, 크게는 어느 산이건 산악인의 몸과 마음가짐이 흐트러질 때 목숨마저 빼앗아 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등산에는 눈사태·급작스런 기온의 변화·장비 및 장구 등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한다.
우리 나라에는 눈사태가 적다고 하지만 3년전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10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것이 눈사태고 보면 가볍게 넘길 문제는 결코 아니다. 또 작년 초겨울 7명의「알피니스트」가 인수봉에서 기온의 급작스런 변화 때문에 숨진 산 사고를 앞으로 산 교훈으로 삼아야함도 물론이다.

<「리더」없는 등산 있을 수 없어>
겨울등산에 가장 중요시되는 것 역시 장비. 「스톤·파커」·겨울등산화·털 양말과 털장갑·「아이젠」·「륙색」·「스파스」등 모두 겨울등산에는 빠져서 안될 물건들이다.
화학섬유제품으로 된 「스튼·파커」는 시중에서 2천∼2천5백원, 발의 동상을 막기 위한 겨울등산화 6천∼8천5백원, 털 양말과 털장갑 2천5백원, 등산화 밑에 끼우는 「아이젠」4발짜리 1개 2백50원, 「륙색」9백∼2천5백원, 양말을 보호해주는 「스파스」3백원 등 1만5천원 안팎으로 장비구입이 충분하다. 장비를 구비한 다음에는 산행, 어느 산을 어떻게 오르느냐가 문제가 된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리더」를 필요로 하며 더욱 초심자의 경우 「리더」없는 등산은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산의 선택도 낮은 산으로부터 높은 산, 적설량이 적은 곳으로부터 많은 곳으로 점차 등산의 폭을 넓혀야한다.
더욱 아침 일찍 행동을 해서 산에 오른 후 일찌감치 하산하는 것이 겨울등산의 철칙임을 잊어서 안된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도 등산. 경건하게 위용을 떨치고 있는 산을 오르면서 해이된 마음일 수는 없다. 산에 오르는 「알피니스트」들의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산도 희로애락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더욱이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불러 등산 분위기를 해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산의 정화도 산악인의 의무>
산악운동이 「알피니스트」들 개개인의 등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산악인들의 정신무장은 매우 중요시된다.
해방직후 멀리 독도까지 답사, 지도에만 기대된 독도를 찾아내어 우리나라 영토라고 주장했던 것도 산악인이며 제주도의 방언과 식물표본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도 산악인의 힘이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산이라 해도 오르는 방향과 방법에 따라 등산의 멋은 각양각색, 그런 대로 국내의 산으로도 충분하다하겠다. 지금과 같은 겨울이면 능선을 따르는 정공법, 빙벽을 오르는 「로크·클라이밍」등 등산방법 여하에 따라 「드릴」과 쾌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알피니스트」들은 오늘도 은백의 산 속에서 『야호』를 외치고 있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경건한 마음을 갖고. 【글 이근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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