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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개조는 환경개선으로|미 컬럼비아 대 사회학교수「아미타이·에티어니」교수의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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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의 내면에 깊이 간직돼 있는 것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려할 때 교육의 효과는 극히 미약하다. 직업훈련 범죄자교도 마약퇴치 등 사회문제의 해결에는 종래의 인간개조교육보다도 사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미「컬럼비아」대 사회학교수「아미타이·에티어니」가「새터디·리뷰」에 기고한 사회계획 신 지침의 요지이다.
최근 수년동안 교육자들이 경험한 가장 큰 실망은 불리한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을 좋은 조건의 「엘리트」계급 어린이들의 그것에 이끌어 올리려는 교육사업이 실패해 버렸다는 점이다. 「콜먼」보고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거니와 「시러큐즈」대학의「제시·버크헤트」교수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버크헤트」교수에 의하면 대도시고교생의 성적은 거의 양친의 수입과 직업·주택사경·인종관계라고 하는 사회적 배경이나 환경에 의하여 좌우되고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어린이들 사이에 생기는 교육상의 난점은 그들의 가정·이웃·빈곤·차별·행동의 제한 등 환경에 연유되고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한 환경을 그대로 두고 그들 어린이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교육 그 자체는 그리 큰 힘을 가진 것은 못되며 기타의 사회상의 변화와 함께 베풀 경우 그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놀라우리만큼 급증하는 사회문제의 처리에 있어서 대체로 다음 두 가지 방법이 전형적 예이다.
그 첫째는 인간을 교육시키면 그 습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오히려 주위 환경을 바꿈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이다.
흔히 압도적으로 채용되는 방법은 그 첫 번째의 것이다. 인간은 설득·설명·선전·「캠페인」등에 의하여 적응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광고의 힘은 큰 것이며 정보활동에도 효과가 있다. 교육가·지도원·사회봉사원 등은 잘 훈련을 받고 숫적으로도 적지 않으며 또 넉넉한 자금만 있다면 거의 어떻게 되지 않겠나 믿고있다.
그러나 과연 그 효과를 거두고 있는가. 최근에 이르러 사회사업의 경우 그 진척속도가 더디어 가고있으며 혹은 후퇴상태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각종 사회사업의 대부분에는 어딘가 기본적인 면에서 착오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됐으며 자금이나 의욕의 부족, 보다도 다른 근본적인 점의 결함을 재검토하는데 사회과학자들의 관심이 기울고있다.
구연에 관한 교육선전의 효과를 보자. 미국 공중 위생국은 1964년이래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신문발표·강연회·「텔레비전」광고, 심지어 담뱃갑에 직접 주의문을 써넣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초기엔 좀 줄던 것이 최근엔 다시 상승을 보이고있다.
이로써 교육선전 즉「매스·미디어」는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크게 변화시키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너무도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판명된 것이다. 몇 몇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 그의 개인적 중대문제에 있어서는 방송이나 인쇄된 문자에 의존하기보다 배우자·육친·친구 혹은 의견지도자 등의 충고에 귀기울이고 있다. 인간을 개조 하려하나 막상 효과를 전혀 못 거두고 있는 분야가 범죄자 갱생사업이다. 교도소에서는 죄수의 재교육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으나 1960년 말 미국 각 주 교도소에 수용된 15만여 명 중 49%가 재범 이상의 사람들이었다. 미성년자 감화원의 성적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유명한 감화원의 집계에 의하면 58.4%가 5년 이내에 다시 되돌아 들어왔다.
하물며 그보다 더 장기에 걸치는 계속적인 교육의 효과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어른에게도 여러 가지 일을 가르칠 수는 있으며 대개 예상이상의 자금과 「에너지」와 시간만 들인다면 어느 정도 그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타고 난 습관이라든가 기본적인 가치관, 개인적인 버릇, 그 밖의 신체 깊숙이 배어있는 것을 개조하려면 그 효과는 전혀 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한층 분명해진 사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 그 자체를 개조하려 하기보다는 도리어 인간을 감싸고 있는 환경 쪽을 개선하는 편이 비용도 덜 들고 실효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 결론을 뒷받침해주는 실례는 미국에 있어 자동차 안전에 관한 조사이다. 보건·교육·후생성이 베푼 이 조사는 중요한 사실임에도 일반에겐 너무도 알려져 있지 않다.
즉 미국의 간선도로에서의 자동차사고로 인한 희생은 70년도에 5만9천2백20명인데 만약 희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운전수를 교육하려면 사람 1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8만8천「달러」의 비용이 소용케 된다. 그런데 좌석「벨트」라는 간단한 비품을 자동차에 달도록 한다면 1인당 불과 87「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제까지는 교통사고 방지대책으로서 운전수 교육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왔으며 자동차를 개조시키는 규제에 있어서는 아주 관대하고 미미한게 사실이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된다고 아무리 교육해도 실효가 없었는데 영국에선 경찰「퍼트를·카」에 주기 측정기를 설치한 결과 술 취한 운전수가 없어졌으며 교통사고도 급속히 감소되었다.
「헤로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적 및 치료적 방법도 효과가 없어 그 대용 약으로서「메타톤」이 등장됐다. 이 약을 먹으면「헤로인」매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그 퇴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컬럼비아」구의 마약조사반 보고에 의하면 「메타톤」계획에 참가한 9백90명을 조사한 결과 첫해에 취업 내지 재학자가 27%밖에 안 됐는데 1년 후 65%, 2년 후 77%, 3년 후 92%로 늘어난 반면「헤로인」환자의 범죄건수가 훨씬 줄어들었다.
나의 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람들의 직업선택동기가 매우 깊은 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까닭에 이것을 바꾸기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리게됐다.
결국 인간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유효한 방법의 하나는 사회적 환경을 전면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바르게 고치는 일이다. 물론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변화를 일치시키기는 어려우며 여러 가지 교육방법을 통하여 일치시키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효과적인 사회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회환경의 조건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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