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권 없는 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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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신헌법안」에 대하여 전국 1천5백67만여명의 유권자의 가부를 묻는 국민투표일이 내일로 박두했다.
지난 월여에 걸친 계몽·해설·강연 등을 통해 이번 개헌안의 골자나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충분한 이해가 있었을 것이다.
전문과 전문 1백26조 및 부칙으로 된 이 유신헌법안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며 ②『국력을 조직화하여 능률을 극대화』하고 ③국정전반에 걸쳐 안정과 번영의 기조를 확고히 함으로써 『균형발전의 확충』을 기하고 ④새로이 『권력의 인격화』개념을 도입, 박대통령의 강력한 영도력을 중심으로 『한국적 민주정치제도의 틀을 이 땅에 토착화하려는 것』 등이 그 기간이다.
이로써 우리는 건국이래 7번째의 개헌을 시도하는 것이지만 이번 유신헌법안의 취지는 서상한 바와 같이, 종래의 개헌 때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유신헌법은 우리의 정치제도나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격동하는 국제정세 하 우리의 국가목표와 국민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실로 일대 유신을 단행하려는 것인 만큼, 단순한 개헌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전적으로 새로운 헌법제정을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지으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헌법이란 한나라에 있어서의 모든 법규범과 경제·사회질서 유지의 근간이 되는 기본법이기 때문에 그 일언일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그 개정을 에워싸고는 어느 때, 어느 나라에서나 상당한 논의가 전개되는 것이 상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에 붙어진 「유신개헌안」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으리만큼 격동하는 국제정세의 도전 하, 우리국가사회의 운명과 그 안정 및 번영의 기초를 주체적인 의지로써 헌법상 뚜렷이 새겨, 최단시일 내에 국정전반에 걸친 일대개혁을 단행하려는 필요 때문에 그 발의에서부터 국민투표까지의 과정이 불가피하게 계엄 하에서의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제 국민투표에 임하는 유권자인 국민으로서는 이 같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 오직 대국적 견지에 선 국가민족의 장내를 사념하고, 한사람 빠짐없이 그들의 성스러운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현명하게 행사할 줄 알아야할 것이다.
알다시피 한 나라의 정치체제나 제도는 가변적인 것이요, 그 중에도 특히 그 나라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기축적 규범으로서의 창법이 현실사회의 실제 및 당위와 심한 괴리를 일으켰을 때에는 이를 개혁하거나 혁파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헌정질서의 일부 또는 그 전부를 크게 변혁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을 가리켜 헌법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헌법 초월적 개혁의지의 헌법내재화현상』이라고 설명한다. 4·19와 5·16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 유신개헌안도 법적으로는 지난 10월17일의 특별선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박대통령의 강력한 유신적 개혁 의지를 헌법 내재화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번 국민투표는 격동하는 국제정세의 도전하, 우리의 자주적 평화통일에의 열망을 헌법조문으로 내재화하고, 능률 극대화의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지도자의 영도력을 믿고 그에게 모든 국가권력의 조정자적 중책을 떠맡기는 것의 가부를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우리 국가 사회가 처한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여 박대통령의 이 같은 개혁의지에 대해 「예스」의 반응을 표시하게 될 때, 『10월 유신』이라 불려진 지난 10월17일 이래의 비상조치는 비로소 헌법 내재적인 새 국가질서로써 확립되는 것이다.
재언할 필요도 없이 국민투표에 부의된 안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오직 양자택일적인 가부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분적 찬성이나 부분적 반대란 있을 수 없는 것이 국민투표라고 하는 직접민주제도의 성격이기 때문에 국민은 비록 부분적인 지반에 관한 이견이 있다하더라도 대국적 입장에선 현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떳떳하게 한사람 빠짐 없는 주권행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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