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보다 당뇨·고혈압 잘 걸려 … 단백질 많은 식단 짜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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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호 18면

겨울은 살찌기 쉬운 계절이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체온을 보호하고 열량 높은 음식을 섭취하려는 욕구가 작용해 군살이 붙기 쉽다. 게다가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가리게 돼 여름에 비해 살찌는 것에 둔감해진다. 동양인의 비만은 서양인과 차이가 있다. 동양인 중·장년층에서는 비만과 함께 당뇨·고혈압이 나타나기 쉽다.

동양인 비만이 왜 더 위험할까

지난달 열린 ‘한국영양학회 추계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 UCLA 데이비드 헤펜 의과대학의 비만 전문가 자오핑 리 교수는 “체중을 기준으로 비만을 판단하는 것은 동양인에게 맞지 않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타고난 체질이 다르다. 서양인처럼 100㎏이 훌쩍 넘는 초고도 비만의 비율은 낮지만 복부비만이나 당뇨·고혈압 등의 합병증을 함께 앓는 비만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비만환자를 치료할 때 흔히 사용되는 지표는 바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BMI)다. 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단순한 공식이지만 비만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진단하는 데 요긴하다. 리 교수는 “BMI지수가 똑같이 30인 동·서양인을 비교했을 때 서양인은 30%, 동양인은 47%가 고혈압인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동·서양인의 비만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유전적인 체질 차이 때문이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피하지방을 저장할 수 있는 피부 내 공간이 작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지방은 다른 곳을 찾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복부다. 이때부터 지방세포가 만성질환의 원인인 염증을 만들기 시작한다. 복부에 더 이상 공간이 없으면 지방은 간으로 간다. 간은 혈관으로 콜레스테롤을 보내거나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처리 한계를 넘는 지방은 간 자체에 쌓이다가 췌장으로 옮겨간다. 췌장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기관이다.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이 생겨 인슐린 분비가 잘 안 된다. 췌장 다음엔 심장이다. 심부전 같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마지막 종착지는 바로 뇌다. 뇌에 지방이 쌓이면 치매·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

리 교수는 “지방이 없어야 하는 부위에 지방이 쌓이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근육량이 적어 기초대사량이 작다. 지방이 쉽게 쌓이기 때문에 서양인보다 식습관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인에게 적합한 식습관은 뭘까. 리 교수는 “기초대사량이 적은 만큼 음식의 품질에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칼로리만 줄일 게 아니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단을 짜야 한다. 간식을 먹는 습관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빵, 국수, 주스, 통조림 과일을 간식으로 즐겨 먹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식품들은 칼로리는 높지만 포만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먹는 양이 늘어난다. 간식을 아예 먹지 않는 게 좋지만 꼭 간식이 먹고 싶다면 견과류가 대안이다. 리 교수의 말이다. “견과류는 식물성 단백질을 제공한다. 동양인은 견과류처럼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 체질에 잘 맞는다. 성인의 경우 하루 아몬드 10개, 피스타치오는 50개, 호두는 작은 주먹으로 한 줌 정도가 적정량이다. 아이들은 이보다 약간 적게 먹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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