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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월남종전협상|한국 휴전 때와 비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스탠리·카노 기】
역사는 결코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지만, 현재 월남에서의 종전양상과 20년 전 한국에서의 평화모색방식 사이에는 흥미롭고 아이러니컬한 유사성이 있다.
가장 뚜렷한 유사성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미국은 적을 타협으로 유도하기 위해 맹방들에게 압력행사를 효과적으로 강요해 왔다는 것이다. 보다 솔직이 말한다면 미국은 해결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만 있으면 수년간 지원해온 미국의 피 원조국을 와해시키는 모험도 불사해야 한다는 용의를 두 경우에 모두 나타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두 전쟁의 성격, 즉 미국과 미국의 피 원조국간에 각기 상이한 목적이 충돌한 두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지도자들은 수사학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자기들이 한국에서나, 월남에서나 제한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다. 「트루먼」대통령이 중국본토에 전쟁을 확대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맥아더」를 해임했을 때가 점은 명백히 증명되었다. 그리고 「케네디」·「존스」·「닉슨」등도 그들이 공산주의자에게 무조건 항복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월남에서의 군사작전과 협상을 동시에 추진했던 것이다.
한국과, 그리고 다시 월남에서 공산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 그들은 전적인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강한 미국의 군사력에 부딪쳐 공산주의자들은 싸워봤자 결국 교착상태 이상의 결과를 못 얻을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과 「티우」월남대통령은 그들의 싸움을 다른 각도에서 보았다. 이들 두 지도자들은 공신주의자들과의 싸움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며 승리가 아니면 어떠한 것도 패배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키신저」는 2년 전 「포린·어페어즈」지에서 이미 이러한 「티우」의 「딜레머」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이 기사에서 『공산「게릴라」는 패배하지만 않으면 승리하는 것이며 정규군은 승리하지 않으면 패배한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그래서 53년 한국에서 진정한 휴전의 전망이 보이자 이 박사가 이에 저항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티우」도 월남전이 종결단계에 접어들자 이와 비슷한 행동을 취할지도 모른다. 이 박사도 그 때 반공포로들을 석방시킴으로써 미국과 북한간의 휴전협정을 파기시키려 들었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랠프·플랜더즈」나 「스타일즈·브리지스」와 같은 우파 상원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박사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던 것이다.
「아이크」는 이 박사에게 『만약 당신이 미국 측 휴전에 따르지 않으면 별개의 휴전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티우」도 이 박사와 비슷한 정도의 반발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월남에서 군사활동중인 월맹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휴전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키신저」는 「티우」에게 『미국과 불화를 원치 않으면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앞으로의 가장 큰 문제는 「티우」가 협정안에 끝내 반대할 때, 「닉슨」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이며 또 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티우」는 휴전협정의 초단계에서 동의할지라도 앞으로 얼마든지 이를 「사보타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티우」는 그의 군대로 월남영토 구석구석에서 휴전을, 위반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티우」의 동조자들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선거의 진전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또 「티우」는 월남의 감옥에 억류되어 있은 월맹포로의 서방을 거부함으로써 「사이공」정권과 「베트콩」사이의 협상에서 포로 교환문제를 난처하게 몰고 갈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잠재적인 함정 속에서 「닉슨」은 「아이크」가 한국에 대해서 취한 용기를 모방하여 「티우」를 위협할 것인지는 두고볼 문제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볼 때 앞으로 몇 달간은 「닉슨」의 결단력의 테스트 기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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