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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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17 특별선언을 계기로 전면적인 체제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경제체제는 어떻게 개혁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국민들 마음속에 내재되었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는데 이 점에 관해서 박대통령은 25일 그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박대통령은 『유신적 대개혁이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체제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더한층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줌으로써 자유경제체제가 지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케 하여 경제발전과 번영의 꽃을 피우게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남북의 이질적 체제사이의 대화를 가지면서 새로운 체제조정 과정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 있는 것이므로 기존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전면적으로 다시 따져보아야 할 상황에 있다 하겠으며 양 체제의 근원적인 차이점으로서의 경제체제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자본제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체제를 국시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차제에 자본제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고유한 미성과 그것이 갖는 장점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을 끝까지 수호해야 할 것이며, 정치사회체제의 조정문제도 자본제경제의 논리성과 적절히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물론 자본제경제체제와 공생할 수 있는 정치사회체제는 다양할 수 있는 것이나, 비공산체제의 공통적인 성격은 여전히 경제면에서의 자본제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자본제경제의 고유한 속성과 모순되거나 또는 그를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정치사회체제를 우리는 체제조정 과정에서 고려할 수 없다는 기본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며, 때문에 우리의 당면한 제개혁도 그 범위와 성격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음을 뚜fut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자본제경제의 고유한 속성은 무엇이며, 또 우리가 개혁과정에서 보호해야 할 기본적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것을 뚜렷하게 밝히고 확인해야 한다.
원리적으로 자본제경제는 ⓛ재산의 사유도 인정 ②자유경쟁 ③불평등관계의 용인이라는 세 가지 기초하에 움직이는 경제라 할 수 있다.
사유재산의 인정은 축적의욕의 원천이며, 무수한 축적의욕이 발동되어서 경쟁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자본제경제의 운행원리는 능률에 기초하게 되는 것이다. 즉 능률에 앞서는 자는 축적에의 길이 열리는 반면, 뒤지는 자는 멸망하는 운동양식이 형성되는 것이며, 그러한 운동양식은 자본제경제에 많은 장점을 파생시킨다.
기술개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피나는 노력 등 자본제경제의 장점들은 모두가 사유재산을 인정함으로써 축적의욕을 충동시키고, 그럼으로써 경쟁원리를 형성케 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또 경쟁원리는 능률에 따른 분배와 시장질서를 형성시킴으로써 자원배분의 적정화를 유발케 하는 장점을 파생시키기도 한다.
물론, 자본제경제가 내포한 장점은 바로 소유와 분배면에서의 불평등관계의 심화문제를 파생시키는 것이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시정키 위한 복지재정문제를 제기케 하는 것임도 다 아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자유경쟁원리는 경기순환문제와 독과점문제를 제기케 하는 것이며, 때문에 재정정책과 체제경직화 대책론을 제기케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은 자본제경제를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전개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우선적인 가치로 정립하고, 이를 깍듯이 지켜 나가야 할 상황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보호해야할 경제적 가치는 안심하고 축적할 수 있는 정치 사회적 여건의 확립·노력과 함께 기업면에서의 불평등경쟁관계의 해소 등 두 가지로 귀납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다.
즉 아무리 사유재산권이 인정되고 있다하더라도, 그 실질적인 내용이 공허한 것이라면 축적의욕의 충동이라는 본질적 요인이 제대로 작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축적의욕이 강력하더라도, 그것이 경쟁을 통한 축적이 아닌 이상, 자본제경제의 장점이 파생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특혜나 부정부패행위로 손쉽게 축적하는 세태를 그대로 허용하는 한, 자본제경제의 장점은 발휘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자유경제 창달론을 환영하면서 동시에 자유경제의 장점을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불평등경쟁관계를 차제에 뿌리뽑아 능률을 통한 축적만이 허용되는 경제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같은 자유경제체제란 다시 말해 우리가 수호하려는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사회체제의 골격이요, 그 배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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