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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 시대 그 15년의 결산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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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주개발」시대의 막이 오르고 나서 꼭 15년이 지났다. 1957년10윌4일 소련이 예상을 뒤엎고 첫 인공위성(스푸트니크1호)을 발사하면서 우주개발 시대의 막이 올랐던 것이다.
비록 산천이 한번만 변하는 기간이라고는 하나 그 동안 인류가 개척한 우주의 영역은 너무나 넓었고 우주를 무대로 한 인류의 곡예는 너무나 요란하고 화려한 것이었다. 지구 주위엔 수백 개의 각종 위성이 돌고 있고 달에는 열 사람이 다녀왔으며 금성과 화성은 그 곁을 지냈거나 그 주위를 도는 위성이나 혹은 직접 연착한 위성에 의해 정체가 상당히 소상하게 밝혀졌다. 심지어 반경이 50억km나 되는 태양계 밖으로 나가 외계에 있을지 모를 우주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익스풀로러」10호가 지금 한창 달려가고 있다. 그러는 한편 「아폴로」계획이 오는 12월로 끝나는 등 우주개발 시대에로 전환이 오고 있다. 지난 15년간을 결산해 보고 앞날의 계획을 전망해 보면.
15년전에 소련이 첫 인공 위성을 발사했을 때 전세계가 놀랐고 특히 미인은 큰 「쇼크」를 받았다. 미국은 그 보다 2년전에 첫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공포해 왔던 것인데 소련이 선수를 친데다가 인공 위성의 무게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것과는 문제가 되지 않게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1호가 무게5백㎏(계기류는 83·6㎏)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1개월 뒤인 11월3일에 발사한 「스푸트니크」2호는 무게가 3천1백75㎏(계기류 5백8·3㎏)일 뿐이니라 거기엔 개(라이카)까지 타고 있었다.
그 뒤 한번 실패하고 나서 58넌1월31일에야 비로소 궤도에 올라간 미국의 「익스프로러」 1호의 무게가 겨우 13·97㎏이고 계기는8·2㎏였다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미·소의 실력 차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이 큰 「쇼크」를 받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뒤 통신위성이나 기상위성 등 실용 위성분야에선 미국이 「리드」를 하게 됐지만 첫 달 위성(특히 전면촬영위성), 첫 인간 위성(가가린) 등에 있어선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미·소의 우주개발 「갭」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폴로」계획이 진척함에 따라 미·소의 우주개발 「갭」은 점차 메워져 갔고 69년 7월21일 미국의 두 우주 비행사가 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하면서 비로소 미국은 역전승을 거뒀다.
소련은 비록 인간을 달에 보내는 계획에선 뒤졌지만 그 뒤 무인월면차(루나흐트)로 종횡 무진한 달 탐험을 했고 무인 우주선으로 달 암석을 채취해 오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한편 달 이외의 행성탐사에선 미국이 화성 탐사에서 우세를 보인 반면 소련은 금성탐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어떻든 두 나라의 탐사로 금성 표면이 기온 5백도 내외, 기압 90정도의 초열지옥과 같은 곳임이 밝혀졌고 화성에도 「크레이터」가 있고 고등 생물이 살 곳이 못 된다는 등의 새로운 사실이 많이 밝혀졌다. 인간이 달을 밟고 화성과 금성을 답사한 것은 인류의 능력에 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점 하나만으로도 획기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통신 위성이나 기상 위성, 지구 차원 탐사 위성 등은 안방에 앉아 「올림픽」경기를 보고 일기예보를 보다 더 정확히 하고 석유등의 「에너지」원을 찾는 등 인류의 복지를 위해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4백억「달러」를 들인 「아폴로」계획에선 1백 건의 새 기술과 80만 건의 기술 정보가 나와 앞으로도 계속 산업과 생활을 위해 활용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면에 우주개발의 군사적 측면을 무시할 수 는 없다. 미국은 곧잘 비밀 위성을 쏘아 왔는데 그 동안 몇 백개를 쐈으며 부슨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제한돼 있다. 그밖에도 명목은 버젓이 과학 위성인데 실제는 「스파이」위성인 것이 얼마든지 있다.
소련은 62년3월에 발사한 「코스모스」1호로 시작되는 「코스모스·시리즈」를 줄기차게 띄워 올려 왔다.
지난 10일 5백호를 기록한 「코스모스·시리즈」는 그 뒤에도 몇 개가 발사됐는데 대다수가 과학 관측이란 명목과는 달리 군사 목적을 가진 것들이라는 추측이다. 심지어 딴 인공 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한 것도 있다.
지난 15년 동안 우주 개발에 직접 종사하다가 7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밖에도 「가가린」등 몇 우주 비행사들이 비행기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도 기억해 둘 만한 일이다.
우주 개발사에 이정표를 세운 「아폴로」계획도 오는 12월7일 상오11시53분(한국시간)에 발사될 「아폴로」17호로 완결을 보게 된다.
미국 동부 표준시간으로 12일 하오9시53분에 발사되므로 첫 야간 발사라는 점, 지질학 박사인 「해리슨·H·슈미트」라는 과학자가 달에 착륙하는 점, 12일 16시간31분이라는 최장 여행을 하는 점이 「아폴로」17호의 특징이다.
「아폴로」17호를 끝으로 앞으로 10년간은 인간이 달에 갈 계획이 미국엔 없다. 소련도 줄곧 무인 우주선을 달에 보냈고 금성과 화성에도 무인 탐사 선을 연착시켜 온 점에서 인간을 가까운 장래에 달에 보낼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내년4월30일부터 3명의 우주비행사를 「아폴로」에 썼던 「새턴」5형 「로키트」를 이용해서 연료「탱크」 등 2층 짜리 실험실 겸 거실로 만든 「스카이래브」(우주실험실)에 타게 해서 지구 주위를 먼저는 28일, 뒤엔 56일 도는 이른바 「스카이래브」계획을 시작한다.
그리고 1975년엔 미국의 「아폴로」우주선과 소련의 「소유즈」우주선의 「도킹」실험이 있게 된다. 그리고 1978년엔 우주「셔틀」이라는 우주 왕복 선이 미국에 의해 발사되는데 거기엔 4명이 타고 지구 궤도를 돌다가 「제트」기가 되어 지구로 되돌아온다.
이제까지 「로키트」는 한번밖에 쓰지 못해 발사 비용이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주「셔틀」에 쓰는 「로키트」는 1백회 이상 사용한다는 큰 이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1975년에 화성 착륙을 목적으로 하는 「바이킹」계획에 착수한다. 소련은 이제까지의 추세로 보아 금성, 화성 등에 「루나호트」같은 차량을 착륙시켜 근본적인 탐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15주년을 맞게 되면서 미·소는 종전과 같은 경쟁을 지양하고 협조하면서 우주개발을 추진 해갈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미·소 이외에도 영국·「캐나다」·「이탈리아」·「프랑스」·중공·일본 등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등 자못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줬지만 도저히 미·소와는 동렬에서는 할 수 없는 규모의 사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론 그들 나라도 더 한층 규모가 큰 우주 개발 사업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아무튼 우주개발 시대는 전환기를 맞은 것이 확실하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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