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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닉슨」의 선거 「스캔들」에-무관심한 미 국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화려한 외교 업적과는 달리 최근 선거와 결부된 「닉슨」의 온갖 부정 부패 「스캔들」이 잇달아 밝혀지자 미국 언론계와 양식 있는 지식인들 사이에 「닉슨」의 도덕적인 「리더십」의 결여를 규탄하는 소리가 드높아 가고 있다.
「뉴요크·타임스」지는 「맥거번」지지 사실에서 「닉슨」행정부를 『기본 철학과 가치관이 결여된 채 권좌만을 지향하는 사리 추구 정권』으로 규정하고 「닉슨」으로 인해 야기된 정부의 편의주의·비밀주의·민권경시·특혜풍조는 미국 민주 현정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 동지는 미국의 정치는 자유 민주주의의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닉슨」은 『부의 갑옷』과 『권력의 오만』만을 걸쳤을 뿐 개인과 당의 야망을 넘어선 대통령으로서의 양식과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단정했다.
다소 보수적 성격을 띤「타임」지 마저 「에세이」난에서 「닉슨」이 『더러운 돈·편파성·반대당에 대한 정치사찰·권력을 이용한 특혜 공존』에 의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지는 그 실례로서 10억「달러」에 달하는 대소 수출에 있어 생산 농민을 희생시켜 가면서 수출 보조금을 지급하여 6대 곡물 수출업자에게만 횡재를 안겨 주고 1천만「달러」의 정치 자금을 받아쓴 농무성 부정사건·ITT특혜사건·「워터게이트」 민주당사 도청사건을 들었다.
지난주 「닉슨」은 근엄한 기자 회견을 하는 도중 한 맹렬 여 기자로부터 「워터게이트」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 조사단을 구성하라는 따끔한 공격을 받았다. 느닷없이 벽돌로 등뒤를 얻어맞은 듯 당황한 「닉슨」은 『조사중』이니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때 회견 기자들의 눈에는 『자기가 시켜서 저지른 것을 모르다니 눈감고 아옹하는군』 하는 고소가 감돌았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이같은 「닉슨」의 「스캔들」이 폭로되어도 일반 국민들이 그다지 심각한 반발을 나타내지 않는데 더욱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맥거번」이 「닉슨」을 『미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으로 공격하여 유권자의 정의감에 호소한 것이나 「랠프·네이더」가 그의 저서 『누가 의회를 움직이나』에서 「닉슨」을 『미국의 악』으로 표현한 것을 언론이 그대로 전폭적으로 지지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닉슨」이 유례없을 「더티·플레이」를 벌이고 있는 것은 명백한데 왜 국민의 분노 심은 잠자코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칼럼니스트」 「조세프·크래프트」는 미 국민의 의분심이 「닉슨」의 장난에 완전히 농락 당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들이 정부의 부정을 도둑끼리 서로 등쳐먹는 정도』로 인식하게끔 되었다고 개탄했다.
또 「시카고·데일리·뉴스」지의 「피터·리스커」기자는 월남전·세제 결합 등 정책적인 문제로 최근 수년간 엄청난 직접적인 피해를 받아 온 나머지 국민들이 권력 자체의 부패에는 놀라울 만큼 둔감해졌다고 분석했다.
「닉슨」의 정치 술수를 여성 해방 운동가 「글로리어·스타이님」은 임신 중기 문제와 결부시켜 이렇게 표현했다.
『만약 「맥거번」이 여성으로 태어나 임신을 한다면 낙태 수술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정직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닉슨」이 임신을 한다면 몰래 임신 중기 수술을 받아 놓고 남에게는 아직 숫처녀라고 떠들고 다닐 것이다』.
「타임」지의 여론 수집가 「대니열·양믈로비치」의 조사에 따르면·미 국민의 75%가 「매스컴」의 부정 부패 폭로「뉴스」에 불감증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 통계가 밝힌바와 같이 이미 「밀라이」촌 학살 사건, 「켄트」대학 유혈 사건 등 전통적인 미국 중산층의 정의감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대 사건들이 유야 무야로 끝난데 대한 체념에다 「닉슨」 특유의 통치 기술이 부합함으로써 현 미국의 정치는 일찌기 볼 수 없었던 이전 투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언론계를 비롯한 지식인의 공통된 우려이다.
이러한 언론계의 우려와 공격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선거 종반전에 접어들어 시종 우위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 각 언론 기관의 종합적인 분석에 의하면 「닉슨」은 동북부는 물론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 온 남부에서조차 압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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