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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노화] 11. 生藥·약용식물 '허브 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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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화시계를 되돌리기 위해 암을 예방하고 혈관을 맑게 하는 마늘.은행잎 제제를 상시 복용한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타이레놀 대신 가새풀, 불면증이 심할 때는 수면제 대신 양파 제제를 찾는다."

올해 1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만난 70대 초반의 릭 셰터는 허브(생약.약용식물)가 자신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한달에 허브 구입에만 5백달러 이상 쓰지만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의 '아트 오브 앤티 에이징' 클리닉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여성 니콜 레믈러는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을 복용해 왔으나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허브치료(블랙 코호시 복용)를 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이 든 장미향.재스민향으로 하복부 마사지와 목욕을 매주 3회씩 한다.

허브 요법을 실천하는 노화방지 전문가들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1월 '대체의학의 메카'로 불리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만난 '사랑의 오아시스'병원 프란시스코 콘트라레스 박사도 그 중 한명.

그는 "일본의 노화전문가(하기와라 요시히데 박사)가 개발한 보리분말 제제를 수년간 복용 중"이라며 "풍부한 엽록소.효소.아미노산.비타민.미네랄로 체내 독성물질을 해독해 나이보다 젊게 살게 해준다"고 확신했다.

허브가 서구에서 차세대 장수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허브를 적당량 섭취하면 자연 치유력이 높아져 질병에 덜 걸린다는 것이다.

아직 허브의 어떤 성분이 장수와 직접 관련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덴버의 항산화(抗酸化)물질 개발사인 오아시스사 관계자는 "허브 내의 건강 유익 물질들이 상승작용을 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오케스트라 이론'을 제시했다.

동양에선 허브 자체를 먹거나 우려 마시는 데 비해 서양에선 노화방지.면역증강 등에 도움이 되는 특정 성분을 추출해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섯 가지 노화방지 허브=콘트라레스 박사는 허브 가운데 노화 방지.수명 연장과 관련해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마늘.은행잎.인삼.포도씨 추출물.알로에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들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마늘.은행잎.알로에 등은 동물실험에서 10~20%의 장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 교수는 "일본 도쿄대 사이토 히로시 교수가 동물실험 후 마늘 추출물이 수명을 연장시키고 학습능력.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논문을 발표했었다"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몸속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암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마늘 제제는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항응고제를 먹고 있거나 수술 전후인 사람은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에서 수천년간 천식.기관지염 치료제로 처방돼온 은행잎의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잎 제제를 먹은 실험동물의 수명이 20% 연장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은행잎 속 플라보노이드는 유해산소를 없애며 혈액순환을 좋게 해 혈관질환 개선과 기억력 향상은 물론 발기부전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미국.유럽에선 치매 예방.치료용으로 이 제제가 흔히 처방된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엔 "2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은행잎 제제가 기억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다른 연구결과가 실렸다.

독일 '아트 오브 앤티에이징'클리닉의 로타 몰츠 교수는 우울증 치료제.비스테로이드성 염증치료제.아스피린 등을 먹고 있는 사람은 은행잎 제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삼에도 혈액 내 유해산소를 제거해주는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다. 혈전(血栓) 생성을 막아주며 피로를 풀어주고 암.발기부전 등을 예방.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상 치유와 변비 개선, 피부 미백에 주로 쓰였던 알로에도 장수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노화학자 유병팔 전 텍사스대 교수는 "알로에를 물.사료에 0.1% 타서 먹인 쥐는 수명이 15% 정도 늘어났다"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포도씨 추출물은 비타민E의 50배, 비타민C의 20배에 달하는 높은 항산화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팜스프링스 생명연장 클리닉 에드먼드 체인 박사는 "이 제제를 복용하면 피부가 젊어지고 암.심장병.관절염.백내장 등 예방에 도움이 되며, 시력도 좋아진다"며 "그러나 약간 쓴 맛으로 인해 구역질.위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허브 복용시 주의점=허브가 자연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믿어선 안된다. 독일의 몰츠 교수는 "소크라테스가 헴록이란 허브를 먹고 자살했듯 자체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약과 허브의 상호작용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최근엔 컴프리를 복용한 후 간이 나빠진 사람도 적지 않다. 임산부나 모유를 먹이는 여성은 컴프리.감초.가새풀.센나 등을 복용해선 안된다.

또 허브가 잔류농약.중금속.불순물 등을 잘 걸러낸 것인지 확인해야 하며 허브 복용 사실을 자신의 주치의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허브의 건강증진.노화방지 효과가 계속 밝혀지고는 있으나 아직 안전성.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므로 무작정 장기간.다량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덴버.팜스프링스=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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