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이중국적 허용, 애국과는 별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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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이중국적이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의무는 소홀히 하고 권리만 챙기는 기회주의적 행태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국제화 흐름에 맞춰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병역.납세 등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김동선 기자

공직자를 임명할 때 자리에 따라 검증 기준의 엄격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는 이중 기준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촌 시대다.

능력만 있다면, 그리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외국인도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국제화 수준도 높아졌다.

외국에 거주하다 자녀들이 출생해 이들이 자연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도 많다. 이 자녀들 때문에 공직 임용 과정에서 곤욕을 치르는 부모들이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반면 첨단산업 등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 분야에는 외국인력들에게 특수한 체류자격을 주어서라도 영입하자는 게 시대적 분위기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연적 이중국적을 인정치 않는 현실은 많은 해외주재 인력의 한국행에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중국적 문제를 논할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은 자녀와 아버지는 다른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둘은 별도의 인격체며 각각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를 얽어맨다. 서구에서 각종 선거나 장관 임명시 자녀의 국적이 문제된 적은 한번도 없다. 우리는 해외동포들에게 조국에 투자하라면서 자리는 넘보지 말라고 한다. 필요할 때는 해외동포, 자리 줄 때는 남이라는 사고가 바로 이중 잣대 아닌가? 국적이 애국의 잣대는 아니다.

박영숙(주한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