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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된 익금 달성에 쫓겨 수요자 외면하는 전매청|전환해야 할 전매 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전문 사업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정책 전환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실을 무시한 채 과다 책정된 전매 익금 달성 목포 때문에 전매청은 이제 담배 부문에서 끽연 자들의 저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고 인삼 사업에서는 홍삼 수출의 한계를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특히 말썽이 잦은 고급 담배의 양산 체제, 담배 품질 저하, 새로운 고급 담배 개발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 인상과 최근의 연초 소매인 에 대한 소매 「마진」의 일부 감액 조정 등은 전매 행정이 막다른 길목에 들어선 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전국 9백만 끽연 인구를 대상으로 한 담배 사업의 경우 올해 5백57억8백만 개비를 만들어 그중 5백49억7천8백만 개비를 만 1천14억5천2백 만원의 전매 세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것도 고급으로 불리는「필터」 담배를 5%이상 제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확한 수요 예측 등의 뒷받침에 따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야만 금년도 정부 예산의 7·1%를 차지하는 전매 세입의 일반 회계 전출금 4백60억원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3백71억4천8백만 개비 (7백19억l천5백만원)를 팔아 연간 목표의 71%를 달성했지만 그 이면에는 익금 올리기에 급급한 갖가지 부작용이 뒤따랐다.
도시의 저소득층을 외면한 고급 담배의 도시 집중 판매는 하급 담배 암시장을 유발했는가 하면 은하수 발매를 앞둔 청자의 품귀 소동과 상대적인 품질 격하 등 기호 조작 상술까지 빚어냈다.
은하수와 청자를 제외한 그 밖의 담배 품질이 현저히 변한 것도 간과 할 수 없다.
69년부터 71년까지 계속된 잎담배 흉작으로 원료의 절대 소요량이 부족한 상태에다 그나마 양질의 잎담배 수출이 겹쳐 각종 담배의 맛을 내는 기본엽조변경과 신엽 사용이 불가피했고 지금 확보를 위해 고급 담배 제조에만 열을 올려 맛을 떨어 드렸다. 또 기계의 노후, 연간 생산 능력 3백38억 개비의 1·6배에 가까운 5백57억 개비의 과다 생산, 기술 부족 등은 담배의 외관 체제 마저 조잡하게끔 만들었다.
지난9윌 말 현재 양담배 끽연 사범이 4천1백77건(2백15만4천 개비)으로 작년의 3천1백60건(1백58만9천 개비) 보다 1백32%의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은 이같은 국산 담배의 저질화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 수 없다.
청자 2백79%, 신탄진 2백3%, 백조 1백%, 금잔디 60% 등 원가에 대한 수지 율은 끽연 자의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익금 위주로 된 인상이 짙고 따라서 판정 가격 구조의 무질서함을 그대로 나타낸 셈이다.
그런데다 오는 81년 말까지 고급과 하급 담배의 비율을 9대1로 계획 중인 것이 알려져 원가 절감 등 생산성 향상 노력보다는 손쉬운 고급 담배의 다양화와 양산에 계속 치중할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우수한 설비의 자체 인쇄 공장을 가진 전매청이 약간의 시설 보강만으로 가능한 은하수 포갑지와 「레테르」 등의 인쇄를 수의계약으로 외부 강매한 사실과 퍽 대조적이다.
올해 전매청이 수의계약으로 각종 물품 수입을 한 것은 모두 14억8천2백 여만원 어치. 주로「필터·플러그」, 판상엽, 2급 궐련지, 은하수 포갑지와 「례데트」였다. 거기에다 올 들어 감사원에 적발된 각종 비위, 부정 1백81건 가운데 공사비 등의 과다 책정이 으뜸을 차지, 재정 행정의 난맥상마저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담배 원료 확보에 무엇보다도 치중해야 될 전매청이 올 가을 잎담배 취납 과정에서 경작자들의 잎담배 조정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받아 8월말 현재 연간 통계 8만6백40t의 11%인 9천1백83t밖에 수매하지 못한 사실은 담뱃값 인상, 인삼 「엑기스」 값 인상 등 제품 가격 인상과는 동떨어진 일면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우리 나라의 「이미지」상품인 홍삼의 수출도 전매 익금 올리기에 열중한 나머지 해외 시장 사정을 전혀 외면한 대량 생산으로 벽에 부닥친 느낌이다. 대량 생산에 따른 상품 가치 하락· 가격 인하 움직임과 적기 공급이 안되어 팔 때 못 팔고 상대적으로 고려 인삼의 성가를 낮추는 결과를 자인케 된 것이다.
이런 사태는 각종 여건을 무시한 예산 당국의 일방적인 익금책정과 무정견한 전매 행정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지난65년이래 년 평균20%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73년엔 정부 예산의 8·2%인 5백70억원의 익금 목표가 타당한지 여부를 뒤늦게나마 재검토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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