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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편지 답장 쓰기에 골탕먹는 미 정부 기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권력의 심장부인 백악관을 비롯해 정부 각 기관엔 하루에도 수만통의 국민들로부터 편지가 답지한다. 이 중에는 기상천외의 충고와 요구 사항이 많아 관계자들을 당황케 하거나 고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런 것들이 있다. 『친애하는 「로저즈」장관, 바쁘실 테지만 나를 「닉슨」과 나흘간만 함께 자게 해주세요. 그러면 시국에 관한 나의 탁월한 견해를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할텐데 』『「로저즈」장관, 대통령이 편리한 시간에 나에게 전화 좀 걸게 주선해 주시오.』 그러나 편지의 대부분은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관한 국민들의 다양하고 진지한 비판이나 충고이기 때문에 관계부처는 아무리 하찮은 편지라도 처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백악관엔 총 30명의 직원들이 1주일에 5만7천통씩 답지하는 편지를 분류, 답장하는 일에 종사하고 국무성은 1만6천권의 책으로 엮어서 이를 보관하고 있다.
관청은 특별히 장식에 어긋나는 내용이 아니면 답장을 보내지만 아깝게도 기상 천외의 것은 웃고 만다.
그런데도 가위 만화경이라 할만큼 기발한 편지들이 그칠 줄 모르고 날아든다.
한 여인은 월남전에서 미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젯점이 미군이 월맹군보다 월등히 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키가 크면 총탄에 맞을 비율이 크다는 것.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파월 미군의 신장을 1백76cm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몇몇 인정 많은 사람들은 「닉슨」에게 북폭 대신에 월맹 상공에 풍선·장난감·과자를 투하하라고 요구하기도.
「딘·러스크」 전 국무장관은 재임시 7세 소년으로부터 따끔한 「크리스머스」충고를 받았다. 내용인 즉, 「유럽」에는 칠면조 고기가 귀해 「유럽」 주둔 미군이 퍽 쓸쓸한 「크리스머스」를 보낼 테니 국무장관은 책임지고 새끼 밴 칠면조를 보내야한다는 것.
편지는 외국에서도 날아든다. 지난 5월 「닉슨」 방소시 전략 무기 제한 협정 (SALT)이 조인되자 중동의 한 청년은 「닉슨」에게 『당신이 나의 신변의 안전에 신경을 써 주어 고맙소』라는 감사의 뜻을 전해오기도. 또한 「스튜어디스」는 「닉슨」이 월맹에 억류중인 미군 전쟁 포로의 석방을 서두르지 않으면 전 미국 여성들이 수갑형 팔찌를 끼는 운동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러스크」 전 국무장관은 「파리」의 「나토」회의 석상에서 담배를 피운 죄과 (?)로 한 노인의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국민들의 혈세로 담배를 꼬나 문 것이 괘씸할 뿐더러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를 장관이 솔선해 피우는 것은 청소년 교육에 좋지 않다』는 통박.
이와 비슷한 꾸지람은 「닉슨」도 들었다.
북경 방문시 주은래와 술잔을 마주 들고 건배하는 모습을 「텔리비젼」으로 본 한 시민이 자기들의 대통령이 주은래의 술친구로 전락됐다고 개탄했던 것이다.
또한 꼬마는『경애하는 국무장관, 「바빌론」국에 관한 숙제가 있는데 현지 대사를 시켜 그 나라의 제반 사정을 알려 주세요』라고 물어왔다.
미국 정부론에 관한 「리포트」를 쓰기 위해 미 정부 지도층과 매음과의 관계를 소상히 알아야겠다는 고등학생도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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