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의 월남 진출…유종의 미 거두자」|「사이공」서 재월 한국인 간담회 개최<사이공=신상갑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작년까지만 해도 월남 경기를 가리켜 이미 파종을 쳤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러나 금년들어서부터는『칠(타) 종마저 없다』고 익살맞게 표현해야 할만큼 월남 경기는 최악의 고비를 겪고 있다.
주월 한국 대사관 당국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놓여있는『한국의 월남 경제 진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9월30일 대사관 뜰에서『재월 한국인 간담회』를 가졌다.
약 3백명의 기술자·업자들이 이 간담회에 나와 대사 관리국으로부터 월남의 정치·경제·군사·보안·노동문제·영사 업무 등에 관해 실정을 듣고 문젯점, 앞으로의 과제·정책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양수 대사는 월남 정세를 설명하며「닉슨」의 경제적 월남화 정책의 강화로 한국인과 같은 제3국 인의 취업기회와 취업 조건이 날로 불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철수한 한진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통운·경남기업이 9월30일로 미군과의 용역계약이 끝나 10월 초 철수한다.
미군의 대규모 철수로 50만의 월남인 종업원이 실직했고 월맹군의 춘계대 공세 결과 60만명의 피난민이 구호를 받고있다.
이와 같은 월남인 실업자의 격증은 빈곤과 사회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어 제3국인 업체 기술자들의 취업 기회 및 취업 조건은 그만큼 불리해지고 있다.
대사관 당국자는 한국이 전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으므로 정상적인 무역활동과 단독투자 및 합작투자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써 그래도 한국인의 참여가 가능한 업종으로는 「라마」식품·근해어업·냉동시설 등 분야이며 72년 9월 현재 버섯 등에 투자한 업자가 있고 재봉기·전등기·전주·「타이어」·영화 등 분야에의 참여가 추진 중이라고 이곳 대사관 관리들은 밝혔다.
한편 이 간담회에 착석했던 재월 한국인들은 월남 정부 및 미군 측의 경제적 월남화 정책이 강화되고 있음은 인정하나 취업기회, 취업조건의 향상에 가일층 노력해 달라고 요망했다.
그런데 한국군의 철수가 결정되어 한국인의 전면적 후퇴가 눈앞에 다가오자 한 때 왕성했던 월남 진출「붐」의 여러 가지 후유증이 예견되고 있다.
이곳 대사관에서 가장 우려하는 바는 미국 계약회사에서 해고된 후 일정한 직업 없이 귀국하지 아니하는 한국인 실업자들.
정확한 숫자는 알 길이 없으나 약1백30명 정도의 한국인 실업자가 월남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일부가 월남 정부에서 엄벌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박 행위나 마약 암거래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많다. 최근 월남 당국에 적발된「필리핀」도박단에 한 한국인이 끼어 든 것이 드러난 일이 있다.
최근「롱빈」미군 기지에 마약과 가짜 반지를 팔려고 들어갔다가 잡혀 물의를 일으킨 한「어글리·코리언」의「케이스」도 있다.
또 부도 수표를 남발, 월남 경찰에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인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예외이긴 하지만 막바지에 가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어떤 결단이 내려져야 할 시기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