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HIV 질환, 꾸준한 치료제 복용으로 건강한 생활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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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신형식

지난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다. 에이즈 유행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에이즈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와 HIV 감염인에 대한 인권존중을 위해 제정된 날이다. 이러한 범세계적인 노력과 효능이 뛰어난 치료제 개발을 위한 많은 연구 성과로 에이즈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에이즈가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라니?’라고 반문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처음 에이즈 유행이 발생했던 30여 년 전에는 병이 발병하면 3~5년 안에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이제 HIV에 감염된 환자도 꾸준한 약물 치료와 함께 건강 관리를 잘 하면 본인의 기대 여명과 비슷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조만간 더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완치가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HIV는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그 결과로 각종 감염성 질환과 암이 발생하게 된다. 약물 치료로 이루어지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목적은 이러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HIV 치료제는 한번 복용을 시작한 후 중간에 중단하면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여 병의 진행을 빠르게 촉진시키기 때문에 규칙적인 약물 복용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여러 계열의 치료제를 동시에 처방해서 바이러스 복제를 강력하게 억제해 면역력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다. 여러 계열의 약제를 혼합하여 치료한다고 해서 ‘칵테일요법’이라고 붙여진 이 치료법은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 HIV 감염인이 큰 불편 없이 건강한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장기간의 항바이러스 치료제 복용 중 발생하는 경미한 부작용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일부 감염인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최근 한 다국적 제약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사, 복통, 우울, 수면 장애, 및 발진 등의 부작용이나 간 기능 장애, 대사질환 등의 이상 변화를 경험한 감염인은 10명 중 6명이었다고 한다. 특히 약제를 변경한 경험을 가진 감염인들은 약제의 부작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효과가 강력한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와 비역전사효소 억제제는 많은 임상경험을 통하여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개발된 계열인 통합효소억제제는 낮은 약물 상호작용이 특징으로 다른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초기단계부터 효과가 좋다. 따라서 약제의 부작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 본인의 생활방식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나은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다.

치료제의 복용과 더불어 금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흡연은 심혈관계 합병증, 당뇨 및 암의 발생을 높인다. 또한 건전한 음주습관과 긍정적 사고, 적당한 운동은 삶을 활기차게 한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에이즈 연구를 통하여 점차 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HIV 감염인들의 삶도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지난 세계 에이즈 날의 주제는 ‘차별 제로, 감염 제로, 사망 제로’를 뜻하는 ‘Getting to Zero’였다. 하루속히 더 좋은 치료제와 획기적인 연구를 통하여 전 세계인이 에이즈라는 질병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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