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투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은 지난 29일 중공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국부에 대한 단교를 통고했다.
이에 맞서 자유중국 정부도 일본에 대하여 단교를 선언했다. 필연적인 일이라 볼 수밖에 없다. 단교 선언에서 자유중국 측은 일본의 『배신, 망의 행위』를 통박했다. 당연한 얘기다.
지난 8월19일자 「이코너미스트」지에는 이런 논평이 실려 있었다. 『…1952년에 장개석과 길전 사이에 맺어졌던 일·대 조약의 파기는 배신적이며, 해욕적이다. 이것이야말로 과거 20년간에 걸친 자제와 자존의 빛나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었기 때문이다.
『1945년에 일본이 강복 했을 때 다른 연합국 지도자들에 솔선해서 공공연히 일본에 대한 「관용과 비 보복」의 자세를 다짐한 것은 다름 아닌 장 총통이었다…』 자유중국이 신의를 저버린 일본의 망은비도를 통박하는 것은 조금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로선 뜨거운 동석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동정은 비정의 세상을 사는 송양에 대한 동정과도 같은 것이다. 「샌프런시스코·크로니쿨」지 (8월4일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역사상의 인물 중에는 불운·역경과 싸워 이겨나간 인물도 다소 있다.…그러나 비운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배한다. 역사상 비운을 뚫고 이기기 위해서는 사물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그 현실을 기초로 하여 계획을 짜야 한다. 장개석은 이 시련에 이기지 못했다. 그는 4반세기전에 현대의 가장 위대한 「아시아」인이 될 찬스를 놓쳤다. 지금 늙은 그는 아무데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란 장 총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코너미스트」지는 이런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불안전한 세계에 있어서는 국제적인 배신이나 공자의 말이나 모두 무역만큼의 중요성은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런 국제적인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제에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이점에서만은 대만도 한숨 몰아 쉴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GNP 성장율은 11·4%를 기록했으며 무역 총액은 30%나 늘었고 올해만 해도 외국인 및 재외화상의 투자액이 약 7천만「달러」에 이를 것이 예상되고 있다.
또 국교가 단절된다해도 일본과의 무역은 「다이」 상사를 통해서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경국 행정 원장의 단교 선언은 『국민은 굳건히 분발하여 일본의 세번째 투항을 기다리자』는 말로 끝맺고 있다.
그러나 이게 실현될 길은 아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장 총통과 그가 상징한 구질서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할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