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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법의 국제 협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5일부터 5일간「아시아」대법원장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그 동안 우리 나라는 세계대법원장회의에는 물론, 아시아대법원장 회의에도 참석치 않아 외국의 사법관들에게서 비판을 받아왔던 것인데, 민 대법원장의 취임 후 이러한 관례를 깨뜨리고 활발한 사법외교에 나서 제5회「아시아」대법원장회의를 서울에 유치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사법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경하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우리는 서울에 온「아시아」각 국 대법원장들의 내한을 충심으로 환영하면서, 이번 회의가 유 종의 미를 거두게 되기를 바란다.
「아시아」대법원장회의는「에카페」회원국만이 참가국이 되는 것으로 그 동안 4차의 회의를 개최한바 있다. 지난번 호주에서 있었던 제4차 회의에서는 서울을 제5차 회의의 장소로 정하여 한국 측이「호스트」를 맡게된 것이다. 한국대법원은 애당초 21개국에 초청장을 보냈으나 14개국만이 참석하기로 되어 일말의 서운한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인도·일본·인니·자유중국·호주·「필리핀」등 역내 대국들은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어 알찬 회의가 될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우리 대법원당국도 그 동안『한국의 위헌심사제』『한국사법제도』등「팜플레트」를 발간하여 한국사법제도의「피아르」를 꾀하고 있어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사법제도 운영에 관한 각 국의 비판과 평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이번 회의의 의제자체가『각 국의 위헌심사제도』와『외국판결의 집행』이기 때문에 각 국간에 개재해 있는 미비점 등이 진지한 토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참석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사법심사제도를 채택하고있기 때문에 사법심사에 있어서의 한계문제와 그 운영 면에 있어서의 소극성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나 한국 대법원은 사법심사제의 원형인 미국의 제도를 모방하고 있으나 그 운영은 전혀 반대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감이 짙다.
일본에 있어서나 한국에 있어서는 미국 같으면 당연히 그 위헌으로 처우됐었어야할 법률조항들이 합헌으로 판 시 되고 있어 학계나 법조계의 빈축을 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아시아 여러 나라는 사법상으로는 전통이 약하여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감이 불 무 한데 이번 회의를 통하여 중지를 모아 선진국에 따라가도록 노력하여야만 할 것이다.
『외국판결의 집행』문제도 오늘처럼 국가간의 거리가 좁혀지고 국제간에 많은 거래가 행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음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국판결을 바로 집행하기 않고, 본국에서 다시 판결한 다음에야 집행력을 부여하고 있는데 사법상의 국제협력을 위하여 직접 집행할 수 있도록 각 국간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폐쇄적이던 우리 나라 사법부는「아시아」사법회의를 개최함과 아울러 문호를 개방하여 세계의 사법 계와 보조를 같이 하도록 노력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것은 민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대법원판사들은 그 대다수가 거의 한차례 이상씩 외유하여 각 국의 사법제도를 시찰한 바 있었고, 소장판사들도 상당수가 외국 유학의 경험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또 일본법률서적과 일본판례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서도 판사들은 널리 해외 각 국에의 유학과 견학이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 대법원장회의를 계기로 우리는 각 국의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폐쇄성을 지양하고, 상호간의 협조를 위하여, 상설 적인 집행기구를 둠으로써 판사의 상호교류와 각 국 판결의 번역소개가 행해지도록 촉구하고 싶다. 이밖에도 우리는「아시아」사법회의가 판결자료센터를 만들어 각 국의 중요한 판례를「컴퓨터」에 기억시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연구해 주기를 바라고 싶다.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아시아」사법회의가 유 종의 미를 거두어「아시아」지역 각 국의 사법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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