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외교 두개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1일 상오9시 「유엔」총회운영위원회는 한국문제불상정안을 16대7 표로 가결했다. 한국문제를 상정시켜 「언커크」해체, 「유엔」군 철수 등 공산 측의 주장을 일거에 관철시키려던 「알제리」 안과 한국문제를 유엔에서 다시 미루게 되면 남북한 당사자들간의 대화에 의한 한국문제 해결 기운을 해칠 것이 분명하므로 적어도 금년 중에는 한국문제를 유엔에서 다루지 말자고 하는 영국안이 팽팽하게 맞섰다가 운영위의 표결과정에서 전자가 좌절되고 후자가 채택을 보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공산 측 및 친공산적인 중립진영은 운영위원회표결에 있어서 일패도지 했지만, 알제리 안을 지지하던 국가들이, 패배를 자인하고 한국문제상정공세를 중단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들 국가들은 한국문제를 직접 총회에 제출할 것이다. 총회에서의 문제채택은 과반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현재 총회에서의 의석분포상황이나 회원국들의 한국문제에 대한 태도로 보아 총회가 알제리 안을 의제로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알제리 안을 총회에 직접 제출하면 그 채택여부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질 것이요, 또 이 기회를 이용해서 한국문제 상정 제안국들은 일련의 정치공세를 펼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국문제 불상정안 지지국들은 총회에서 굳게 결속하여 압도적인 다수로 알제리 안을 부결시킬 필요가 매우 크다. 우리는 한국문제상정을 막는데 운영위에서 앞장서 준 우방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동시에 이들 국가가 주동이 되어 총회에 있어서도 한국문제 상정안을 압도적 다수로 부결시켜 주기를 염원한다.
운영위에서의 한국문제불상정안 가결은 작년도 유엔총회에서 절정에 이르렀던 중공 「붐」 의 여파를 몰아 한국문제에 대해서 포스트 중국의 위치를 부여하려던 공세가 좌절됐음을 입증하는 것이요, 유엔에 있어서 중공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못함을 드러내 준 셈이다. 중공은 유엔의 힘을 빌어 언커크의 해체, 유엔군의 철수 등 북한측의 숙원을 풀어 주겠다고 앞장섰던 나라의 대표인데 이번 표결을 통해서 자기역량의 한계를 자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공은 앞으로 한국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한국문제가 민족자결원칙에 입각, 남북당사자간의 대화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분위기를, 성숙시키는데 기여토록 함이 마땅할 것이다.
한국문제불상정안의 가결은 유엔의 합법적인 결의를 통해서 언커크 해체, 유엔군 철수를 실현함으로써 지난 날 「유엔」이 대한민국에 부여한 합법성, 정통성의 독점을 박탈하고, 나아가서는 남북 간 세력균형을 파괴하려던 북한측의 기도가 수포에 돌아갔음을 또한 말해준다. 최근 1∼2년래 북한은 중공 「붐」에 편승하여 자신의 국제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과대망상 아래 정히 『외세』를 빌어 가지고 한국의 입장을 궁지에 빠뜨리고자 책동하여 왔다.
이제 그런 기대란 전혀 헛된 것이었음이 밝혀진 이상, 북한은 남북간의 대화를 성의 있게 추진시켜 나가 우리 민족의 힘으로 남북간의 긴장을 풀고 남북이 진정으로 평화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데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나감이 마땅할 것이다.
한편 유엔 운영위가 한국문제 불상정을 결의하기 바로 전날인 20일, IPU(국제의원연맹) 이사회는 북한의 IPU가입에 관한 토의를 내년도 총회 때까지 연기하자는 안을 찬성50, 반대41표로 가결함으로써 북한가입을 권고한 IPU집행위의 안을 자동 폐기시켰다. 이 역시 한국외교 승리의 기록의 하나인데, 우리는 현지에 간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한국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를 올바른 방향으로 행사해 준 회원국들에 대해 사의를 표명한다.
우리는 유엔 및 IPU에서 한국의 입장이 관련된 것을 우리 국가외교의 승리로 인정하고 국민과 더불어 기뻐한다. 동시에 앞으로 국제정치무대에 있어서 남북간의 외교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니 우리가 계속 승리를 차지하는데 외무당국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요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