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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이 안은 문제들|박한영 <성균관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의 대학이 가진 문제들에 관해 「풀브라이트」 교환 계획에 따라 미국에 온 외국 대학 교수들이 지난 8월27∼30일 「워싱턴」시의 「호와드」 대학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여기에 참석했던 임한영 교수 (성균관대·교육학)가 이「세미나」에서 논의됐던 미국 대학의 문제들에 관한 글을 본사에 보내왔다.
20년 전 미국에는 2천개의 대학이 있었으나 오늘날은 2천5백개교로 늘어났다. 이것은 물론 2년제 지방 초급 대학을 포함한 것이지만 70년∼71년 한 학년 사이에 무려 1백7만2천5백81명에게 학위가 수여되었다. 이 가운데 학사는 83만3천3백87명, 석사가 20만9천3백87명, 그리고 박사가 2만9천8백72명이었다.
이렇게 대학이 학위를 대량 생산하는 곳이 된데 비해 교수 자리는 확보가 어려워졌다. 매년 박사가 3만명 가량이나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대학에서 정교수로 종신직을 확보하는데는 연구 업적·논문·저서를 내야하는 어려운 조건을 극복해야한다.
작년엔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5명의 쟁쟁한 교수들이 연구 업적이 없다는 이유로 파면되었고 대학생들이 이 조처에 항의하는 「데모」를 벌였으나 결국 대학 당국의 처사는 관철되었었다.
오늘의 미국 대학 교수들은 승진을 위해서나 대학 교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나 가르치는 일 외에 논문과 저서를 내는 일을 겸해야만 된다. 대학 교수의 수가 과잉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박사 학위를 갖고도 대학에 자리가 없어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예가 허다하다.
대학의 다른 문제는 등록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립대는 주립대보다 엄청나게 비싸 등록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사립 대학이 경영난에 몰렸다. 연쇄적으로 사립대의 우수한 교수들이 주립대로 옮기는 경향도 생겼다.
철학 분야에서만 봐도 전 같으면 「하버드」「시카고」「컬럼비아」 같은 명문 사대에 좋은 교수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교수에 대한 대우가 좋은 「텍사스」 주립대 등에 훌륭한 교수들이 모이고 있다. 또 대학생 문제가 있다.
대학은 학생들의 환각제 「마리화나」를 피운다든가 부도덕한 성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있다.
이에 비해 「히피」는 별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히피」가 많은 것이 아니다. 머리를 기르고 옷을 마구 입고 맨발로 다니는 「히피」는 더 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각제를 피우는 대학생이 전체의 90%이상인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매스컴」·「클럽」·「세미나」 들을 통해 교사와 학부형의 주의가 환기되고 있다.
성 도덕도 문제다. 작년에 13살 된 흑인 여학생이 9번째 낙태 수술을 해서 큰 문제가 된 일이 있었는데 요즘도 성 문제가 계속 사회 문제로 돼 있다.
『미국의 교육은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근심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대학 당국은 대학 교육이 양적 팽창과 질적 발전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관해 「유럽」 대학 관계자들은 미국의 대학 교육이 시험 제도·채점 방법·학생 지도·교수와 학생의 대화 등에 전혀 생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나치게 광범한 양적 강의가 문제로 제시됐다. 좋은 「텍스트」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미국 대학이다. 필기식 강의를 무시하다보니 교과서 중심 강의가 됐다는 것이다.
시험 방법도 거의 객관식으로 선다식 등을 채택하고 있어 「유럽」의 주관식 시험과는 달랐다. 또 급제도 낙제도 아닌 불완전이란 채점은 대량 생산을 위한 합격 채점법이라고 비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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