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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가 진단한 내년 세계 경제…내년에는 활력, 성장률 3.7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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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진 제공 IMF]

“한국 가계가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는 게 문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57)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말이다. 그는 4일 IMF 총재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인천 송도에 설립되는 녹색기후기금(GCF)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본지는 그를 방한에 앞서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 가계부채가 2012년 말 현재 가처분소득의 136% 수준이다.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와 견줘 많은 편이다. 더욱이 빚을 내 빚을 갚는 일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 가계부채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 가계가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가계부채가 당장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우리(IMF)는 믿고 있다.”

세계경제 올해 3% 성장, 내년엔 3.75%

 -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좋을까.

 “우리는 세계 경제가 내년에 좀 더 활력을 보일 것으로 본다. 성장률도 올해 3%에서 내년엔 3.75%로 높아질 전망이다. 선진국들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 위험요인은 무엇일까.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는 위험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가운데 재정위기 등 해묵은 요인도 있고 새로운 요인도 있다. 새 변수는 양적완화(QE) 축소가 낳을 파장 등이다.”

 라가르드는 올 4월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QE 등 파격적인 통화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됐다”며 “일본은행 의 무제한 QE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 여전히 아베노믹스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보는가.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한국 등 이웃 나라들에도 좋다. 일본 경제가 역동성을 되찾으면 수입이 늘고 동북아 경제 통합도 더욱 단단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도움이 된다.”

아베노믹스 성공, 향후 보장된 건 없어

 - 엔저에도 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 커지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의심스럽다.

 “(수입이 더 늘어서 그렇지) 수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수출이 7% 늘었다. 엔저 효과를 생각하면 더 많이 늘었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 불안 때문에 크게 늘지 못했다.”

 - 아베노믹스 1년을 종합 평가하면.

 “(일본 내)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시장의 믿음도 얻었다. 1막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향후)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 무엇이 부족해서인가.

 “과감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IMF는 일본에 구조개혁을 촉구해 왔다. 인구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고학력 여성 인력이 시장에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농업과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도 나와야 한다.”

 라가르드는 IMF 사상 첫 여성 총재다. 글로벌 금융기구의 여성 시대를 열었다. 마침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여성인 재닛 옐런 부의장이 지명됐다. 그가 상원 인준을 받으면 IMF-Fed 수장이 모두 여성이다. 근대 금융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 옐런을 잘 아는가.

 “오랜 기간 서로 알고 지냈다. 옐런은 나의 벗이다.”

 - 어떤 사람인가.

 “옐런은 중앙은행가와 경제학자로서 능력이 탁월하다.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차기 Fed 의장에 가장 알맞은 사람이다. 준비도 잘돼 있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의견이다.”

 - 벤 버냉키 현 의장이 올해 안에 QE를 축소하기 시작할까.

 “요즘 미국 경제지표는 혼돈스럽다. 좋은 지표와 나쁜 지표가 뒤섞여 있다. 연방정부 폐쇄와 재정지출 감축 등이 단기 전망을 나쁘게 하고 있다. Fed는 경제가 탄탄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를 기다릴 것으로 본다.”

 - 미 QE에 대한 IMF 입장은 무엇인가.

 “Fed가 경제 상황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자산매입(양적완화)을 조절하기 바란다.”

 - 내년 QE 축소로 글로벌 시장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 등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QE 축소에 따른 충격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QE의 연착륙과 경착륙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주요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를 해보니 QE 축소로 금리가 치솟아도 금융회사가 입을 손실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몇몇 신흥국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데.

 “요즘 시장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신흥국 중 튼튼한 나라와 취약한 나라를 차별하기 시작한 점을 IMF는 주목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외환 많아 신용거품 충분히 극복

 몇 달 전 IMF는 중국의 신용거품을 경고하면서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다. IMF가 중국을 향해 직설적으로 경고음을 울린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를 경청했음인지 지난달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다시 개혁을 선언했다.

 - 중국이 신용거품 등을 잘 극복할까.

 “한동안 둔화됐던 중국 경제가 올 3분기에 안정을 되찾았다. 전년보다 7.8%나 성장했다. 신흥국 불안을 감안하면 좋은 결과다. 막대한 외환보유액 등 충격에 맞설 힘이 충분하다고 본다.”

 -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표방한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 리더들이 할 일이 많다. (경제의 각 부문이) 균형을 이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금융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재정 관리도 한 차원 높여야 한다.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서비스산업의 성장도 촉진해야 한다. 석유 등 자원 가격 시스템도 바꿀 필요가 있다.”

 - 그들도 시장 중심의 개혁을 선언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IMF는 중국 지도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옐런은 내 친구 … Fed 의장에 가장 적합

 라가르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에 쓴소리를 자주 했다. “정치 리더들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거나 “긴축 위주 대책이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그가 요즘 유럽 재정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 유로존 경제가 바닥을 탈출하고 있는 듯하다.

 “유로존이 붕괴 위협 등을 이겨냈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가 유로존 해체를 예측하지 않았는가.”

 - 유로존 위기는 이제 막을 내리기 시작한 것인가.

 “유로존의 경제 회복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경제가 탄탄하게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 유럽 리더들이 많은 일을 했다. 힘을 모아 금융시장 안정 등을 꾀해야 한다.”

 -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단일 통화를 쓰지만 금융시장이 통합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기업의 이자 부담이 큰 나라들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무는 금리가 너무 높다. ”

강남규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195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10대 땐 프랑스 수중발레 국가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여학교를 잠시 다녔다. 미국 의회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프랑스 고위 인사들과 견줘 영어를 잘하는 이유다. 그는 파리 10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변호사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거쳐 2005년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통상장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농업부와 재무부 장관을 거쳐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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