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경쟁의 과열이 부른 무분별-일 평론가 삼호 수씨가 말하는 「독매 망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의 경도산업대학 교수이면서 동시에 저명한 평론가로서 일본 신문들의 중공 문제에 대한 편향적 보도 태도를 신랄히 비판해온바 있는 「미요시·오사무」(삼호수)씨는 독매신문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에 대해 『예상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 일본 신문들이 이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본사 박동순 동경 특파원을 통해 보내온 글이다. (문책은 기자에게 있음)
이번 사태는 일본 신문의 현실로 봐서 언젠가는 일어날 우려가 있었던 일이다. 일본 신문이 일부 자민당 정치인에 의해 맺어진 비밀 협정에 따라 북경 정부의 정치3원칙을 받아들여 그 제약 속에서 중공 문제와 일·중공 관계를 보도해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요미우리」(독보)신문이 지난 6월에 특파원을 다시 북경에 파유할 수 있었던 것도 당연히 이러한 정치3원칙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신문의 자유는 『불가분의 것』이다. 중공관계를 편향적으로 보도하면서 다른 것은 자유로운 신문으로서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러한 편향 보도 현상이 나타났는가?
한마디로 일본 신문들의 상업적 경쟁주의, 즉 「아사히」신문이 북경에 특파원을 둔다면 「요미우리」도 두어야 한다는 의식 때문이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자! 북경』이라는 제하의 특집을, 그리고 이번에 「요미우리」는 문제된 주간 별책에서 『「포스트」 중국은 조선이다』라는 제목을 씀으로써 국가 관계를 「저널리즘」의 사업 대상으로 삼는 듯한 인상을 뚜렷이 했다.
이를테면 정·재계의 급경사 현상과 병행, 신문들도 선수를 쳐서 평양에 특파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삼호보고」가 공표 됨을 계기로 얼마전에 있었던 석원신태랑 의원과 주일 외국 특파원들의 「인터뷰」에서 어느 미국 기자는 『중공 다음은 북한이 아니냐』고 지적한바 있는데 이번 사태는 그러한 가능성을 밝혀주는 것이다. 일본 신문들이 일본 안에서 북경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그러한 사태가 이번에는 북한의 경우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신문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에 주재 특파원을 파유하는 것은 기성권익이며 따라서 금후의 경쟁 대상은 주재 특파원이 없는 평양이다. 이러한 『새 시장』을 향한 무분별한 경쟁은 곧 새로운 슬픈 사상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사태는 그러한 일의 시작이라는 인상을 일본 국민과 외국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일본의 어떤 대 신문사장(기자주=조일신문)은 잡지 『매스컴 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중공의 정치3원칙과 일본 신문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에게는 일·중공 복교를 제1로 생각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따라서 나쁜 면은 왜 일체 보도를 않느냐고 하지만 중공과 복교하는 일이 전제인 이상, 어떻게 악수하려는 상대의 따귀를 쳐서 그와 친해지자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밝히고있다.
이는 공정하게 불편 부당한 입장에서 보도한다는 자유로운 신문의 원칙을 일탈한 말이다. 일·중공 복교를 제1의적 목적으로 삼고 모든 「뉴스」보도가 그에 준해서 편집돼야 한다면 그 신문은 이미 정치적으로 언질을 준 셈이 된다. 여기서 나오는 것은 편향 보도뿐이다. 즉 이 대 신문의 사장은 신문의 자유와 정치문제를 혼동한 것이다. 이러한 『일·중공 복교』를 『일·북한 복교』로 대치해보면 금후의 사태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진다.
일·중공 관계 보도 태도는 다른 모든 국제 보도에서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정부도 북경과 평양의 작전 예에 따라 같은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기대하지만-북한처럼 「장미 빛 기사」를 쓰는 신문만 받아들인다면 한국에 대한 자유로운 보도는 어려워질 것이다.
보다 많은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일본 신문 독자들은 모든 일에서 객관적 보도에 취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국민과 정부의 국제 관계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일본 국민의 운명, 내지는 주변 지역 우호제국의 운명에도 검은 그림자를 던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일본 신문들의 편향적 중공 보도는 비단 일본뿐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 국민의 문제가 돼야한다』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일본의 신문들은 『삼호·위등 보고』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으나 미국에서는 보도가 됐고 「옥스퍼드」대학 출판 부의 「서베이」지는 곧 보고 전문을 실을 예정이다. 즉 구미 신문 계가 편향 보도 문제의 금후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에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일본 신문들의 국제 보도에 있어서의 편향적 자세는 앞으로 점차 국제 사회의 큰 비판의 대상이 될 형세에 있다. 우리는 역사적 발전 단계를 달리하는 「아시아」의 각국 신문계에 깊은 동백을 갖고있으며 동시에 「아시아」각국의 신문 가운데서 가장 큰 자유를 누리는 일본 신문의 책임은 극히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신문들이 극히 자유롭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다이내믹」한 보도를 한다면 다른 나라 신문들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 큰 용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유롭기 때문에 상업적 기업화하여 국가 관계마저 신문 사업의 도구의 하나로 다룬다면 또한 외국 정부의 「스포츠맨」식의 보도 자세를 취한다면 「아시아」 각국 정부는 그러한 일본 신문들의 도의적 퇴폐를 이유로 자국 신문의 자유에의 움직임을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
즉 일본의 신문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 신문의 자유를 위한 문제에 「브레이크」를 걸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일본 신문의 책임은 크다. 이번 같은 사태는 정말 슬픈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신문이 스스로의 병증을 명확히 파악, 깊이 반성하여 다시 한번 원래의 공정한 보도 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복원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금의 한반도 정세로 보면 객관적으로는 아직 시기가 성숙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대화가 비롯된 때에 한반도 정세에 깊은 관련을 갖는 일본의 신문은 어디까지나 냉정·신중하며 또한 남북에 공정한 보도 기준을 확립, 보도 임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미묘한 남북 대화의 기조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남에도 북에도 어디까지나 공정해야하며 또한 한반도 민족전체의 원망을 따뜻한 동정심을 갖고 보도해야 할 것이다. 북에는 우호, 남에는 비판적인 두 가지 보도 기준을 갖는 편향된 입장은 자유로운 신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로서도 국내적 언론 통제라는 현실을 직시, 이번 조치가 외국 「매스컴」에 의해 불리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