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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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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월1일부터 정기국회의 회기가 시작되었다. 정기국회는 1백20일간에 걸쳐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고, 국정감사를 행해야 할 법적 과제를 안고 있다. 백두진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최대목표는 안보확립과 경제안정이란 2대 지주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에의 접근』이라고 말하고 『격변하는 정세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여·야의 봉화도 더욱 발랄하고 알찬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2일 본회의에서는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부측의 제안설명을 듣는다. 국회는 6천9백80억원의 새해 예산안과 6백20억원 규모의 72년도 제1회 추가예산안을 심의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예산안의 법정심의기문을 둘러싸고 의논이 분분하다가 12월2일을 법정시 한으로 보고 이를 처리하였으며 그 뒤에 비상사태 선언이 있었던 것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금년의 경우에도 내년도 예산안의 심의는 많은 파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본예산안과 함께 제1회 추가예산안을 제출하고 있는데 전체예산의 10%이상에 달하는 추가예산의 심의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9월에는 신민당 전당대회가 있고 남북적십자회담이 13일부터 서울서 열려 국회도 공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고있다. 또 4일부터는 8·3긴급명령에 대한 대 정부질의와 표결을 하여야할 것이니 상당한 파란이 예상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지난 8월에 열렸던 임시국회가 9월1일부터의 정기국회에 연결돼 버려 부득이한 일이라고 하겠으나, 8·3조치에 대한 승인여부 때문에 국회를 공전시키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작년 정기국회가 보위법 처리 후 폐회한 다음 국회는 공전만을 거듭해 왔다. 7월에 열린 임시국회에서 어느 정도의 토론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7·4성명의 「쇼크」속에서 그냥 넘어간 것이요, 8·3조치를 다루기 위한 임시국회도 특위활동을 제외하고는 공전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회의 공전은 여·야간에 있어서 대화가 부족한 결과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타협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때마침 감사원은 지난 1년간에 있었던 감사결과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했는데 국회는 이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해 주기 바란다. 쓸데없는 논쟁 때문에 감사기간이 단축되어 주마간산 격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감사자료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피 감사기관에 가서 호통을 치거나 향응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이 같은 국정의 광정·감시권 뿐만 아니라 그 본래적 권한인 입법권의 행사에도 과감하기를 바란다. 이자 제한법이나 징발법이나 기타 법률들이 긴급명령이나 조치에 의해서 개정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도 원인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북한과의 대화 있는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서도 민주정치를 실천하여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국회의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해주기 바란다.
국회의 여·야당의 극한적인 대립과 국회의 비생산적인 운영은 주권자인 국민들에 대하여 의분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북한 동포들에게까지 실망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유엔」이 총회를 비롯한 세계만방이 우리의 이번 정기국회를 통한 의정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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