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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술자들은 창조력 부족|강연 위해 내한한 미 두 저명 공학자의 한국산업계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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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젊은 기술자들은 거의가 창조력과 모험심이 모자란 것 같다. 새「아이디어」를 내서 새 기술을 키워보려 하지도 않고 새 사업에 손을 대 대성시키려고도 않는다』-「F· E·더먼」박사.
『한국 대학의 산업공학과 출신자들의 대개가 주입식 교육에 의해 이론만 익혀서인지 시야가 좁고 문제의 해결 역이 부족하다.
초급 대를 나온「데크니션」정도밖에 안 된다』-「W·G·아이어슨」교수.
중앙일보사와 한국과학원과 대한상공회의소 공동으로 9월1일 하오 3시 대한상공회의소회의실에서 여는「기술강연회」의 두 연사들은 한국기술자들에 대해 짠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들은 세계적인 공학자 겸 교육자들일뿐 아니라 우리 나라를 2회 내지 3회 방문한 사람들이라 근거 없이는 짠 점수를 매기지 않을 듯.
한국과학원(원장 박달조 박사)의 초청을 받은「터먼」박사는 이번으로 3회째 한국의 산업기술계를 들러보는 것이고「아이어슨」교수는 2회 째 내한해서 주로 교육계와 접촉을 했다. 특히「터먼」박사는 한국과학원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단장을 역임한바 있어 우리 나라 산업기술계나 교육계룰 깊이 안다. 「스탠퍼드」대 명예부총장이며 한국과학원의 주 미 연락조정실장이기도 한 당년 70세의「터먼」박사의 이력서는「타이프」용지 4장이 곽 메워져 있다. 「하버드」대 등 몇 대학의 명예박사, 대통령자문위원 (59∼70)을 비롯한 여러 학회·협회의 자문위원, 회사의 이사, 여러 차례의 수상, 약 10권의 저서, 훈장수여…등등.「스탠퍼드」대 산업공학과장인 당년 55세의「아이어슨」교수도 미국 산업공학 계의 선구자며 태두인 만큼 이력서는「타이프」용지 3장에 가득 채워져 있다. RCA·VICTOR등 여러 회사의 자문위원을 하고 있고 미국 산업공학 회(회원 1만8천명)회장을 역임했으며「스웨덴」, 동「파키스탄」등 여러 나라의 요청으로 그들 나라의 기업진단을 했고 저서가 약 40종인 등….
「터먼」박사는 미국에선 공과를 나와 3,4년 지난 사람이 새 기술을 키우기 위한 새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일이 많았는데 한국에선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 스스로가 이사로 있는「흄리트·패커드」회사(전자 기기 메이커)의 예를 든다. 1939년「터먼」박사가 가르친 「흄리트」와「괘거드」두 공과 졸업생은 졸업논문에서 나온「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조그만 창고에 공장을 차려「오실레이터」를 만들어 팔았다. 그 회사는 오늘날 자산15억「달러」, 연 매상고 4억「달러」의 대회사로 성장했고 그들 창업자는 회장과 사장으로 있으면서 지금도 매년 4천만「달러」를 새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에선 연구개발을 마치 그 자체만을 위해 하고 있는 듯 한데 미국선 회사가 살고 회사가 뻗어나기 위한 투자로 연구개발비를 쓴다고「터먼」박사는 강조하기도. 그런데 한국기술자들은 새「아이디어」·새 기술을 만들려는 노력도 별로 않고 있고 외국서 도입하는 기술을 개량해서 보다 효율 있게 이용하려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 보고 느낀 대로의 소감이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젊은 기술자들의 잘못만은 아니고 창의력과 모험심을 길러주지 못한 교육계, 창의력 있고 모험심 있는 기술자가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한국산업계의 풍토에도 책임이 있다고 이 박사는 보충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한편「아이어슨」박사는 적어도 산업공학 도는 기업진단을 통해 품질향상, 원가절하 등을 실현시켜 기업이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데서 깊고 넓은 지식과 넓은 시야, 예리한 분석 력 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국공과 계 대학의 교육이 너무 이론을 주입한 나머지 산업공학의 기술자라기보다는「테크니션」을 양성한 느낌을 받았다고 솔직히 의견을 피력.
그리고 정부에서는 기술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 양성에 특혜를 주어서라도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8·3 조치를 인용하면서까지 역설하기도 했다. AID 자금 1백만「달러」를 바탕으로 내외에서 1천2백만「달러」를 모아 22개의 중소기업을 일으켜 육성케 한 동「파키스탄」에서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의견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터먼」박사나 「아이어슨」교수는 산학협동이 잘 안되면 기술자가 능력을 못 살리고, 동시에 기업이 육성 안 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기도. 1일의 강연회는 유익하고도 시사에 찬 것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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