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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 90년대 추억담

중앙일보

입력

1990년대 문화를 대표하는 가수 서태지·신승훈, 연세대 농구단 팬이었던 3040세대 윤혜림·장진희·최순영(왼쪽부터)씨가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1990년대의 추억을 공유하는 콘텐트가 대중문화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90년대를 대표했던 인기스타, 서태지·신승훈, 연세대 농구단 팬 등 일명 ‘1세대 팬덤’을 형성한 3040세대 독자3인을 만나 그들의 90년대 추억담을 들어봤다.

 “최근 ‘히든싱어2’에 출연한 신승훈 오빠가 모창 능력자에게 져 원조가수 최초로 탈락한 건 충격이었죠. 오랜 팬인 저는 목소리를 알아듣겠던데 세월이 그만큼 흘렀나 싶었어요.”

 교육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장진희(36)씨는 여고시절부터 가수 신승훈의 팬이다. 그는 최근 JTBC ‘히든싱어2’를 챙겨본다. 임창정, 신승훈, 조성모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가수들이 잇따라 나와서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신승훈 편 방송을 보면서 20년 전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에서 직접 노래를 불러주던 신승훈 오빠 목소리에 반해 버렸죠. 제가 다니던 여고 앞에 기획사 사무실이 있어 팬클럽 ‘히어로’에 가입했었죠.”

 그는 최근 90년대 추억의 음악과 드라마를 접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것. 아이 둘을 키우는 그가 몸과 마음을 잠깐이라도 내려 놓고 쉴 수 있는 ‘편한 쉼터’가 되어준다고.

 장씨와 여고 동창인 최순영(36)씨는 연세대 농구단 팬이었다. 지금은 홍보대행사 PRGATE에서 근무하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그 시절엔 ‘컴퓨터 가드’ 이상민 선수 홍보에 바빴다. 최씨는 요즘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푹 빠져 있다. ‘응사’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이 이상민 선수를 좋아해서다.

 “드라마에도 나왔지만 1995년에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는데 이상민 오빠가 그때 삼풍 아파트에 살았어요. 혹시라도 오빠나 오빠 가족들이 백화점에 가진 않았을까 걱정했었죠.”

 이상민 선수가 현대전자로 입단한 후에도 최씨의 ‘이상민 사랑’은 계속 됐다. “현대전자 농구단이 사용하던 현대체육관이 학교 근처에 있었어요. 상민 오빠 보러 친구들과 현대체육관을 갔는데 연습 끝나고 가버렸다는 거예요. 허탈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경비 아저씨가 상민오빠 락카를 보여줬어요. 그때 오빠의 농구화를 살짝 신어볼 수 있었죠.”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일하는 호텔리어 윤혜림(41)씨. 그도 요즘 일주일 내내 ‘응사’를 기다린다. 극 중 ‘조윤진(도희분)’의 이야기가 대학시절 서태지 팬이었던 자신과 꼭 닮아서다. 92학번인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기획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태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시작했다고.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와 아이들 공연에서 행사용품 판매를 맡게 됐어요. 그 곳에서 학교 수업을 빠지고 온 고등학생 여동생과 우연히 마주치게 됐죠. 저보다 제 동생이 서태지 ‘광팬’이었답니다(웃음).”

 이들은 “우리 곁에 1990년대가 다시 돌아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과거를 그리며 위로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문화적으로 풍족했던 90년대를 보내고 어느덧 사회 중심축이 된 3040세대. 그들이 90년대를 곱씹으며 ‘힐링’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이 20년 전으로 물들은 이유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김현진" 제품협조="까사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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