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27주… 밖에서 본 한반도 정세|「르·몽드」편집국장|「앙드레·퐁텡」|<파리=장덕상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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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4남북공동성명발표 후 한국민은 빠른 시일 안에 한반도의 통일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문제에 관해 나 자신만이 갖고있는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록 7·4성명은 발표됐지만 남북한간에 존재하는 정치·경제·사상적 차이점이 제거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갑작스런 접촉으로 남북한이 통일문제까지 치닫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훨씬 합리적인 방법으로 동·서가 화해를 추구해왔지만 여전히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이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근본적인 제도차이가 존재하는 남북한이 「컨패더레이션」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어떤 형태로 통일에 이를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유엔」의 권능을 부정하고 한국문제의 「유엔」토의를 거부한 북한이 오는 가을 「유엔」총회에서 한국문제토의를 요구하고 나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현 북한의 정책이 중공의 대외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결의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바뀌고있는 국제정세는 북한에 큰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미·중공이 접근하고 일본이 중공승인을 준비하고 있는 화해 「무드」는 북한에 이런 정세 하에 무력통일이 불가능할 뿐더러 무력행사가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이번 공동성명을 계기로 남북한도 독일처럼 상호교류를 이룩함으로써 두개의 한국을 인정하는 때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에 「두 개의 한국」이 인정되는 것이 한국의 영구분단을 초래한다고는 보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통한을 더욱 쉽게 해주리라고 생각한다.
미·중공, 미·소 접근이후 일본은 부쩍 중공 및 소련과의 접근을 서두르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와 같은 강대국들의 움직임은 한반도의 정치기류를 결정하는데 밀접한 관련을 갖고있다.
이런 「무드」에 남북한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강대국들의 분규보다 화해 속에 평화통일이 더 쉽게 이뤄질 것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강대국들이 대결 속에 있는 한 서로가 동맹국을 찾는데 보다 노골적으로 분망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을, 중공과 소련은 북한을 동맹국으로 계속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강대국간의 상호접근이 각기 영향력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강대국이 접근함으로써 한반도가 현상고정화 될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이 진실로 통일을 원한다면 현대 국들로부터 최대한 자주권을 빼내는데는 화해분위기가 더 「플러스」측면에서 작용할 것이다.
이 대담의 전체문답내용은 동양 「라디오」광복27주년기념 특집방송 『세계의 초점』에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상오7시40분(10분간)에 다음과 같이 방송합니다. 15일(화) 미국 편16일(수) 프랑스 편 17일(목) 일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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