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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권력 폭주 느낀다" 청와대 "승복이 민주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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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저서(『1219, 끝이 시작이다』) 내용 일부가 1일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2017년 대선에서 어떤 역할도 회피하지 않겠다”며 대권 재도전을 시사했던 문 의원은 책의 상당 부분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할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오는 9일 출간할 책의 주요 내용.

 ◆“지금 대통령, 제가 경쟁했던 분과 달라”=“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저와 경쟁했던 박근혜 후보와 다른 분 같다. 그때 박근혜 후보는 국민들의 뜻에 자신을 맞추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이 된 지금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편 가르기와 정치보복이 횡행한다.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 박근혜정부의 행태에서 때 이른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통합을 많이 강조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국민을 끌어안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있다. ‘종북’ 공세는 더욱 위세를 떨친다. 인사에서부터 철저한 편 가르기가 횡행한다. 최소한의 지역안배조차 실종됐다. 국민들과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불통의 정치로 일관한다. 지금처럼 국민통합을 외면한다면 이명박정부와 같은 실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정부 대응은) 과거 독재정권들도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 당장 2017년 대선에서 불법 관권선거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미국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 사건이 아니다.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한 책임을 추궁당해 사퇴를 자초한 것이다.”

 ◆대선패배 원인=“한마디로, 평소 실력 부족이었다. 거기에 국정원의 대선공작과 경찰의 수사결과 조작 발표 등의 관권 개입이 더해졌을 뿐이다. 상대편이 NLL(북방한계선) 공세나 종북 프레임 등 흑색선전까지 미리 준비한 전략에 따라 선거를 이끌어간 데 비해 우리는 공을 쫓아 우르르 몰려가는 동네 축구 같은 선거를 했다. 평소에 놀다가 벼락치기 준비로 시험을 치렀다. …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과 절박함이 넘쳐나야 민주당에도 전염이 되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다. 저의 결단력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대목도 많다. … 이제는 패배를 보는 시각도, 패배에서 얻는 교훈도 모두 2017년에 맞춰야 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문 의원의 ‘권력 폭주’ 발언과 관련해 “국민의 삶, 국민의 행복 그리고 실질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권력의 폭주에 국민이 더 염려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수석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2007년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깨끗하게 승복했고,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서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보내줬다고 생각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2년 대선 패배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가 계시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하고 또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이것이 소통이고, 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라고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의 비판이 ‘대선 불복’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발언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 수석의 말에 박 대통령의 의중도 실려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책 내용과 관련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들의 판단과는 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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