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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의 첫 본 회담 지연 전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천만 한민족의 열망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성원 속에 오는 5일 개최키로 합의가 이뤄졌던 남북적십자 첫 본 회담의 유산이 확실시되어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온 누리에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적이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산 가족 찾기를 제의한 이래, 남북적십자 대표들은 그 동안 24차의 예비 화담을 통해 착실한 진전을 거듭, 모든 사람을 흐뭇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극복하여 애써 이루어놓은 합의 사항을 매듭짓게 될 마지막 고비에서 북한적십자의 의식적 지연 작전으로 이미 날짜까지 합의를 본 첫 본 회담 개최마저 끝내 바라볼 수 없게 된데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북적은 5천만 한민족의 열망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본 회담의 조기 개최 실현에 성의를 다해 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8월5일의 첫 본 회담 개최 안은 바로 북적 측에서 먼저 제의하여 한적이 이를 받아들이던 사실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특히 북적으로서는 자신들이 작년 10월31일 제4차 예비 회담에서 『12월10일 오전 10시에 열자』고 구체적인 제의를 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그들 자신이 이제 와서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벌이고 있는 지연책은 더욱 이해하기 곤란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8월은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 달이다. 27년 전 우리는 일제 36년의 질곡에서 해방된 감격을 채 불태우기도 전에 우리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분단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의 남북적십자 회담의 필요성도 바로 이 비통의 8월에 연유한다면 늦어도 8·15 광복절 전에 본 회담의 개최를 실현시켜 해방의 8월을 더욱 뜻 있게 하고 분단의 한스러운 8월을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온 민족이 바라는 바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또 이것은 작은 일보이지만 만방에 우리 한민족의 자주력 양을 과시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도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번과 같은 북적 측의 본 회담 개최 지연 전술이 결코 정치적 이유 때문에만 나온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인도적 목적을 편 적십자 회담이 정치와 혼돈 되면 결코 조기의 목적을 달성키 어려울 것임을 거듭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우리가 특히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 것은 적십자 본 회담에 남북한 안의 정당 대표들을 초청 하자느니 남북의 행정부·국회 및 정당 사회 단체 대표로 구성되는 자문 위원회를 설치 하자느니 하는 북적 측 제의이다. 이것은 분명해 적십자 회담에 정치 색을 가미하려는 시도로서 이 같은 주장의 고집은 결코 이번 적십자 회담의 본래 목적인 인도적 견지에서의 가족 찾기 운동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적은 이제 앞으로 몇회 안 남은 실무자 회의에서 오직 사무적으로 본 회담 개최에 따른 절차상의 제 문제, 즉 회담의 개최 장소 확정, 본 회담 진행 절차 종결 및 대표단과 수행원 및 보도진의 신변 보장을 위한 남북 조절 위원회의 공동 성명 등 작성에 관한 합리적 합의절차를 거치는데에만 성의를 다하여 하루 빨리 본 회담 개최의 장애를 제거해 주기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적십자 회담의 성패는 5천만 한민족의 열망과 기대를 떠나서라도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남북 적십자 회담과 7·4 공동 성명 발표는 지금 『대결에서 협상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세계 조류의 표면으로서 전 인류가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고 있는 하나의 역사적 「이벤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연이나 실패의 책임은 온 세계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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