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서 걸린 급행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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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반년만에 열린 이번 임시국회는 야당이 거의 독차지한 대 정부질문으로 회기를 모두 보내는 셈. 「7·4 남·북 공동성명」에 관한 질문이 끝난 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비상사태 선언과 보위법을 중심으로 한 국정에 관한 질문은 열홀만인 29일 끝이 났다.
이 질문에서도 공화당에선 홍병철 의원 한 사람만 발언하고 나머지는 야당이 독점.
8월 1일로 끝나는 회기까지 회의는 두 차례뿐인데 야당에선 백두진 국회의장의 사임권고결의안, 보위법 폐지법안 등 대정부 질문의 처리방안을 내 놓기로 해서 회기 말 공화당의 일반 미결안건 처리와 선후문제로 또 한바탕 시련을 겪을 것 같다.
한편 백두진 국회의장은 스스로 냈던 사임서가 부결된 뒤에도 야당이 사임 권고 결의안을 내놓게 돼있어 이번 회기엔 국회 일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국회 법사위는 보위법 처리에 항의한 야당의원의 「필리버스터」(의사방해)로 의안처리를 못 하고 있다.
28일 법사위에서 야당의원들은 『법률의 위헌성을 가리는 법사위원으로서 위헌법률인 보위법을 변칙 처리한 고재필 법사 위원장의 사회아래 법안처리를 못하겠으니 사회를 바꾸라』고 요구.
고 위원장이 이런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자 『밤을 새워도 좋고 며칠이 걸려도 좋으니 보위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보자』면서 밤 10시 40분까지 황은환 김정두 최병길 한병채 박한상 의원이 차례로 의사 진행 발언에 나선 것.
공화당 의원들은 듣기만 하다 지루하면 위원장 실에 가 쉬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성원이 미달되면 발언하던 야당의원은 『성원 미달이니 장 부의장의 본회의 유회 선포 예에 따라 유회 선포를 하라』면서 발언을 중단, 고 위원장은 쉬고 있는 공화당 의원을 불러와 성원을 시켜 발언을 계속케 하는 타협 없는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법안은 일단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돼있어 법사위의 공전은 공화당의 회기 말 법안 처리계획에 뜻밖의 적신호.
○…국회회기가 끝나는 8월에 접어들면서 신민당 간부들은 8월 2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김홍일 당수는 28일 국회의 대표위원 실에서 고흥문 윤제술 두 정무회의 부의장을 비롯한 당 간부들을 모이게 해서 대회 경비 조달계획을 협의하는 등 대회준비에 나섰고 각 파벌들의 모임도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대회준비에도 대회 연기론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대중씨는 김영삼 고흥문씨를 차례로 만나 대회연기를 교섭했고 비주류는 8월 1일의 정례 정무회의 전에 연기안 제시시기에 대한 자파내 의견 조정을 할 계획이라는 것.
이런 연기 움직임에 대항, 대회강행을 굳히고 있는 진산계에선 정무회의가 연기결정을 하면 중앙상무위서 이를 뒤집기 위해 중앙상무위원 1백여 명이 서명한 상위소집 요구서를 준비해 두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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