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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위해 왕실 버린 태국 라타나 공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부미볼」 태국 왕의 장녀 「우불·라타나」공주가 왕실을 버리고 평민과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의 「로잔」에서 태어난 방년 21세의 이 아리따운 공주의 이름은 「고귀한 연꽃」이라는 뜻. 이 아름다운 이름이 말해주듯 「라타나」 공주는 명석한 두뇌와 쾌활한 성격으로 흠잡을 데 없는 처녀로 태국인의 총애를 받아왔다.
현재 「매서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원자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 재원을 둘러싸고 「방콕」의 사교계에서는 최근 놀라운 풍문이 떠돌았었다. 즉 그녀가 동급생인 미국 혼혈아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
엄격한 왕실의 규율 때문에 이러한 소문은 참새들 사이에서만 오갈 뿐, 「매스컴」에서조차 감히 발설하지 못했었는데 25일 평민으로 돌아갈 것을 원하는 「라타나」공주의 청원을 허락한다 「부미볼」왕이 발표함으로써 확인된 셈이다.
태국 왕실 규범에 따르면 공주가 평민과 결혼하면 자동적으로 왕족의 신분을 박탈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소식통들은 「부미불」왕의 이번 발표가 공주에 대한 파문이라고 보고 있다.
「라타나」 공주는 왕위 계승권은 갖고 있지 않지만 왕은 네 딸 중 그녀를 가장 사랑해왔다고 한다.
공주가 16세 되던 지난 67년, 왕은 그녀와 함께 「아시아」 「요트」대회에 참가, 「딩기」급에서 선수권을 획득한 바 있다.
또 「색서폰」을 즐겨 부르는 부미볼 왕이 손수 작곡한 노래를 같이 합창하는 모습도 태국 왕실을 찾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애지중지하던 공주이기 때문에 그녀의 파문은 태국 왕실에는 심한 충격을 주었겠지만 이 공주의 「러브· 스토리」는 시대착오적인 왕실의 허구를 아름다운 방법으로 폭로한 것이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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