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보호 운동|미국 소비자 운동의 기수 네이더씨가 말하는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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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량식품·부정 의약품 등 질이 나쁜 소비품, 부당한 물건값,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 개스 등의 각종 공해로 소비자들은 늘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경우 이 소비자 보호 운동의 움직임이 미미해 소비자의 참여가 요구되는 요즘 미국 소비자 보호 운동의 기수 「랠프·네이더」씨가 이 운동의 필요성과 국제적인 영향을 논해 주목을 끌고 있다.
「네이더」씨는 미국에서 최근 이 운동이 급속한 진전을 보이게 된 까닭을 일반 소비 대중이 보다 많은 상품 생산과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시민들은 공해를 추방하고 업자들로부터 받는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가 단결, 압력을 이겨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미국은 일찍부터 이 운동이 싹터 다른 국가 보다 업자들의 지나친 이윤, 속임수를 배제하는데 성공했으나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공업 국가들은 이제서야 8∼10년 전에 미국이 당면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현재 생명보험 등이 보장돼 있는 것으로 보아 점차 보호 운동이 진전되는 것 같다.
소비자 보호 문제는 선진국보다 특히 저개발국에 필요하다. 아무런 사용법이나 표시가 돼 있지 않은 약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나라에서다. 기근과 질병이 횡행하고 의료 시설이나 법적 조치가 취해져 있지 않아 업자가 결탁할 우려가 많기도 하다.
일반인이 예측하듯 앞으로는 소비자 보호 협회가 국제적인 규모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의약품·화장품·전기 기구 등의 품목에서 받는 소비자들의 피해는 어느 나라에서건 대략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간의 무역이 활발해질수록 소비자 보호 운동을 전개하는데 유리하다.
즉 현재 일본은 자동차 안전 법이 시행중인 미국에는 규격품에 맞춰 안전한 차량을 수출하면서 자국에서는 질이 낮은 상품을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소비자간에 유대 관계를 맺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30년 이상씩 소비자 단체를 형성, 보호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는데 이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무엇보다도 소비 보호 문제를 정치적인 차원으로 높여 대표를 의회에 진출시켜야 한다.
소비자 보호 운동은 소비 대중 모두가 동시에 행동 통일을 하여 전체 시민 운동으로 확대시키고 법률가·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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