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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후 외국인들에 홈스테이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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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박상미(42.여)씨 집 부엌에선 일본인 미요코(22.여.대학생)가 김치를 담그는 데 열심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를 버무리며 朴씨에게 "새우젓은 얼마나 넣느냐", "무는 어떻게 자르느냐"며 질문을 쏟아냈다.

미요코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에도 홈스테이(가정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여행)를 택한 미요코는 "한국문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한달간 머물 예정"이라며 "주인아주머니와 함께 때밀이 관광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홈스테이가 새로운 여행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서울시에서 홈스테이 알선 위탁을 받고 있는 한국라보와 렉스를 통해 한국 가정에서 민박을 한 외국인은 2001년 7백51명에서 지난해 9백25명으로 23%나 늘었다.

올해는 한국라보에서만 1천여명의 홈스테이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가정은 3천5백여가구로 서울시.한국라보.렉스.아나기.청소년교류재단 등에서 중개를 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홈스테이를 알선하는 기관도 20여곳에 달한다.

*** 김치 담그고 한복 입어봐

한국라보를 통해 관광객을 소개받아 외국인 민박을 하고 있는 김소영(34.여.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한복을 입혀주고 윷놀이 등을 함께 하며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우리 고유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가정도 적지 않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 이종희(36)씨 집이 대표적인 경우. 李씨 부부는 1999년 2월에 결혼한 뒤부터 줄곧 외국인 민박을 받아 50명이 넘는 외국인과 동거했다.

李씨 부부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알리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재래시장을 구경시켜 주기도 했고 지난해 월드컵 때에는 길거리 응원도 함께 했다. 9일 저녁에도 李씨 집에서는 파란눈의 외국인들이 어울려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한달 넘게 기거했던 독일인 얀(23)과 자니(23.여)의 송별회 자리다.

李씨는 이들을 위해 한국식으로 마지막 저녁을 준비했고 얀은 "친절하게 보살펴준 것에 대한 작은 정성"이라며 포도주 한병과 초콜릿을 선물로 내놓았다. 李씨는 자기 집을 거쳐간 외국인 몇명과는 지금도 편지와 e-메일을 주고받는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홈스테이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광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5백34만여명 가운데 1.7%만이 홈스테이를 이용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저조한 이용율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과 숙박안내 책자 등을 통해 홈스테이를 적극 홍보하고 우수한 민박업소에는 보상비를 지급하는 등 방법으로 홈스테이를 원하는 가정을 유치할 계획이다.

*** "때밀이 관광 기억 남아"

한국라보의 김호숙 사무국장은 "홈스테이는 관광객용 숙박시설의 부족을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훌륭한 관광상품"이라며 "일반 가정에서 외국인을 받아들일 경우 자녀들에게도 외국 문화를 체험하고 남과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홈스테이=국제 민박으로 자리잡고 있는 홈스테이는 숙박료가 25~40달러 정도로 저렴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해외여행을 자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홈스테이 가정에서는 외국인 손님에게 침실과 욕실, 그리고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 중 1명 정도는 간단한 영어회화가 가능해야 불편하지 않다.

홈스테이를 하고 싶은 가정은 한국라보(www.labo.or.kr), 렉스(www.lex.or.kr), 홈스테이코리아(www.homestaykorea.com)와 같은 민박알선 업체에 가입해 외국인 손님을 소개받으면 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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