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詩세계 한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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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江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南道 三百里//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나그네'는 박목월(1916~1978)의 대표작이다. 박목월이 조지훈.박두진과 함께 1946년 엮은 공동시집 '청록집'에 실린 '나그네'는 알려진 대로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에 대한 답시이기도 하다. '나그네'가 경험한 대중적 사랑만큼이나 시인 박목월이 시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지난해 가을 창간된 문예지 '시인세계'가 창간 특집으로 시인.평론가 1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목월은 한국의 1백년 현대시사(史)에서 아홉째로 사랑받는 시인이다. 8위 이상의 뒤를 잇고 있고 윤동주보다 한 계단 높았다. 1위는 김소월이다.

그런 면에서 박목월의 모든 시를 수록한 '박목월 시전집'(민음사)이 최근 나온 것은 뒤늦은 일이다. 이번 전집에는 1974년, 1984년 각각 삼중당, 서문당에서 나왔던 기존 시전집에 실리지 않았던 1백2편을 포함, 모두 4백66편의 시가 실려있다.

'청록집' 이후 '산도화''난.기타''청담''경상도의 가랑잎''무순''크고 부드러운 손' 등으로 이어진 박목월 시세계의 변화, 궤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박목월 시의 기준 판본을 확정하고, 기준 판본과 다른 판본의 차이점을 주석을 통해 설명했다"며 시전집 출간의 의의를 설명했다.

시전집을 엮은 문학평론가 이남호씨는 '나그네'에 대해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보다 언어를 매체로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성이 더 강한 시"라며 시에서의 언어 선택과 배치, 언어적 조형을 극찬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씨는 자신의 저서 '한국현대문학사'에서 박목월의 시 세계를 "삶의 애환을 포괄하면서도 현실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내세우는 법 없이 천품의 가락을 노래, 일상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달관의 자세로 보여주면서, 경험적 현실의 갈등을 내면화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시인 정지용은 "북에 김소월이 있었거니 남에 박목월이 날 만하다"고 말했었다. 파란 풀이 돋는 계절, 박목월의 시 세계로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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