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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남「스케치」2주5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다음날 화가 단은「헬리콥터」로 평화와 건설을「심벌」로 하는 비둘기부대가 있는「디안」에 도착했다. 「디안」은 불란서 식 건물이 있고「카시아」라는 이름의 노란 꽃이 많은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사실인지는 몰라도「카시아」꽃은 월남의 국화라고 누가 그랬는데 거목의 꽃나무 이파리가「아카시아」잎과 닮았다.
거기서 설렁설렁하고 시원한 곽응철 부대장의 안내를 받고 월남에서 생산되는 뭇 과일의 모습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다식 판 같은 국화꽃 모양의 꼭지가 달린 석류 모습의「망고스탕」(쪼개면 하얗게 마늘같이 생겼는데 맛이 달고 근사했다), 과일의「퀸」이라고 불리는 향기로운「망고」, 호박 같은「빠빠이아」, 옛날에 임금님에게 진상됐다는 새끼손가락 만한 길이의「바나나」, 고무나무열매인 못생긴「짜이밋」, 붉은 밤송이처럼 생긴「쭘쭘」(속은 삶은 계란 같은 모양임), 선인장 열매, 꼭 이 철에만 나온다는 과일의「킹」이라고 불리는「서우리엥」…. 그런데 문제의「서우리엥」은 가장 비싼 과일이라는데 껍질을 벗긴 그 모습은 마치 닭고기 삶아놓은 것처럼 보였고 그 냄새가 지독해서 그것이 한 접시 어느「호텔」에 들어간다면 그「호텔」구내가 서울의 변소 차가 서교동 거리를 누비고 간 후처럼 된다고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한번「서우리엥」에다 맛을 붙이면 또 구미가 당기고 둘도 없는 정력원기소라고도 했다.
한편에서 과일이야기에 여념이 없는 동안 나는 부대에서 기르는 비단구렁이를 내달라고 부탁해서「스케치」했다. 무게 1백kg이상 갈 것 같은 비단구렁이는 세 사람이 들어도 뭉클하니 처져 내렸고 잔디에 내려두면 제멋대로 혀를 날름거리면서 꿈틀거려 다녔다.
도대체 뱀이 귀여움을 받고있는 것은 여기 와서 처음 보았다. 뱀이 기어다니는 동안 과일이 있는 곳에서는 처량한 동백아가씨의「멜로디」가 들려왔다.
줄무늬의「아오자이」를 입은 월남아가씨의 노래 소리였다. 나는 여기서 새삼스럽게 나라를 가진「프라이드」, 나라가 있기 때문에 월남에 올 수 있고 우리노래가 월남 아가씨 입에서 우리를 위하여 불리고 있다는 쾌감, 일제시대라면 어림도 없다는 섬뜩한 아픔을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글·그림=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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