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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 잉태한『당 대회 연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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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월에서 7월로 전당대회를 연기했던 신민당은 예정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다시 8월로 두 번째 택일을 미루었다. 전 당수 유진산씨와 당수 출마가 굳어진 상황에서 한동안 반 진산 연합세력구축작업이 진행되는 등 열기를 띠었던 각파간의 당권경쟁은 일단 소강상태.
전당대회가 한달 후로 미루어짐에 따라 당내 각 계보는 서로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면서 새로운 당권구상과 전략을 마련하느라고 부심하고 있다.
진산 계는 대회를 7월21일 예정대로 열도록 한다는 계산아래 최종적인 종반대책을 폈었다.
유씨의 견지동사무실에서는 대의원들에 대한 마지막 자금지원 등 조직점검과 아울러 유진산씨의 인사 장까지 발송했으나 연기결정으로 다소 전략에 혼선을 겪는 듯. 반 진산 연합을 추진해온 김홍일 계와 김대중 계는 1년 연기를 바랐다. 그래서 남은 한달 반 진산 전열의 구축이란 대회준비와 병행해서 필요할 때는 다시 한번 대회를 연기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국회에서 대여투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이번 82회 국회가 끝나는 8월5일 이후 다시 국회소집 요구서를 내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대회연기 결정과정에서 중간적 입장을 취했던 양일동 씨와 김영삼·이철승씨 등은 유진산 계=김대중·김홍일 계간의 대립을 관망하면서 새로운 방향설정을 모색 중.
8월 대회는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예정대로 열릴 전망이다. 지난 11일 정무회의는 8월 개최를 결정하면서『연기문제는 다시 거론치 않는다』고 꼬리표를 달았다.
그러나 정무회의는 연기문제를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찬반주장이 팽팽히 맞섰고 또 이런 긍정 연기 결정에 김홍일 계와 김대중 계는 심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5시간이 넘도록 계속된 지난11일의 정무회의에서 김홍일 계의 김재광 원내총무는 대여투쟁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워 정기국회 이후로 대회를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이 말이 나오자 진산 계의 신도환 의원은『정기국회 이후라면 내년 1, 2월께 라는 얘기가 아니냐. 김 총무는 김홍일 당수의 체면이야 어떻게되든 총무자리나 지키겠다는 거냐』고 면박을 줬다.
연기주장의 논거는 남-북 성명이 발포된 시국의 중대성과 대여투쟁에 대처해야할 시기에 파벌간에 인신공격까지 곁들인 심한 감정대립이 빚어진 상황에서 대회를 열어봐야 당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회를 예정대로 열자고 한 유진산씨 측 사람들은 과거의 예로 보아 야당이 전당대회와 병행하여 얼마든지 대여투쟁을 해왔고 또 당헌이 규정한 대회시기를 어긴다는 것은 준법을 내세우는 야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대회를 내년으로 미룬다고 해서 갈라진 파벌간의 대립이 치유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대회를 늦추라는 것은 당권에 연연하기 때문』이라고 맞섰던 것.
신민당은 지금 파벌간에 심한 감정대립에 빠져있다.
유진산씨를 비방했다는 여수발언과 김홍일 당수체제를 비난한 부산발언의 여운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번져가고 있다.
최근「재경당원유지일동」이란 이름으로 된「김대중의원에 보내는 공개질문서」가 배포되고 있다.
내용은 6, 7대 국회 중 김씨가 비행을 저질렀다고 주장,『그런 사람이 어떻게 남을 헐뜯고 해당 적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의 여부를 제쳐놓고 이런 파벌간의 대립은 좀 체로 수그러들 전망이 없다. 지난10일 세종「호텔」에서 있었던 당직자 및 실력자회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철승=지금 우리 당은 무 당수 상태다.「리더십」도 발휘 못하면서 대회를 연기하자는 건가?
▲김영삼=책임 있는 자가 해당발언을 해도 제재 못 할 정도로 당이 구심점을 잃고 있다.
▲김대중=치부운운하며 나를 비방하는 공개질문서가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대회를 하자는 건가. 만약 우리측이 당수에 당선된다면 상대방에서 이를 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상대측에서 당권을 잡아도 이에 우리가 따르기가 쉽지 않다.
대회가 8월로 결정됐지만 연기를 주장했던 측은 심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정무회의의 연기결정은『정치적인 것인 만큼 가변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진산씨 측은 당권도전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다른 파벌은 반 진산 연합을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홍일씨와 양동일 씨가 반 진산 연합의 당수 후보를 경쟁하고 있다. 김대중씨와 김영삼씨는 진산 견제에 보조를 같이하기로 했으나 여수발언과 부산발언을 주고받는 사이 금이 갔다.
재론치 않기로 한 연기론이 여신을 남기고 있는 것은 반 진산 연합의 이런 혼미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허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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