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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화예방 힘든 기업채무의「장기」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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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산업합리화 기금법안을 마련한 것은 이 자금의 성격이 금리·상환기간 면에서 일반금융조건보다 훨씬 우대되는 것이며 지원대상 업종이나 업체선정에 있어서도 특혜라는 말썽의 소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법 제정을 통해 명분을 찾자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재원조달에 있어서도 주재원이 정부 부채로 이루어지는 재정차관과 금융채발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보장 필요성도 느끼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 같다.
당초 산업합리화자금지원문제는 기업부실화문제와 관련하여 그 원인이 단기고리채의 과다보유와 여기에 단기외채에서 오는 상환부담의 가중까지 겹쳐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데 있다고 판단한데서 비롯됐다.
그래서 한때 사채문제라도 해결하기 위해 정기예금증서에 의한 사채정리, 산 금 채권발행에 의한 사채정리방법이 대두 됐었다.
그러나 국내 단기고리채인 사채의 정리보다 단기외채의 상환부담 증가에 따른 자금압박 때문에 외채상환지원을 위한 산업합리화 자금지원에까지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합리화대금은 대외적으로 단기외화채무를 재정차관도입에 의한 장기외화채무로 바꾸고 국내적으로도 기업단기채무를 장기채무로 바꾸어주기 위한 일종의 부채관리기금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이「캄풀」주사격의 부채관리기금인 산업합리화자금이 기업부실화를 막는데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산금채 1백억 원과 미-일 재정차관 8천만「달러」가 산업합리화자금의 재원으로 확보돼 있다고 하나 이중의 상당한 부분이 전력·석탄 등「에너지」산업에 우선 지원해야할 입장에 있고 올해 차관상환 부담만도 원금과 이자를 합쳐 3억1천5백만「달러」(원 화 약 1천2백억 원)인데 이중 절반이 상반기 중에 상환됐다고 봐도 하반기에 상환돼야할 부분이 약6백억 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채상환에 따른 원화 상환의 일반적인「패턴」은 부담액의 50%를 기업이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금융에서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합리화자금의 공급은 외채상환지원자금 수요에 훨씬 미달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환경개선과 자발적인 합리화노력을 보다 광범위하게 뒷받침 할 수 있는 산업합리화법이 제정돼야한다는 견해가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자금공급으로만 기업부실화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산업합리화가 기업의 자체노력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산업정책 및 세제상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산업합리화자금지원에 의한 기업정상화대책에 회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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