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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번」후보의 정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지·맥거번」상원의원은 13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지명을 받았다. 따라서 그는 오는 8월20일 개막되는 공화당전당대회에서 지명이 확실시되는「리처드·닉슨」현대통령과 더불어 세계 최강·최 중요 관직을 놓고 겨루게 되었다.「맥거번」의원의 지명은 유력한 경쟁후보들의 사퇴 속출로 사실상 확인절차에 불과한, 예상했던 대로의 결과이다.
금년의 미국대통령선거는 국내적으로는 국가재정의 우선 순위 전면조정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고, 대외적으로는「전후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국제질서의 막이 오르는 시점에서 실시되는 만큼 미국뿐 아니라 전 자유세계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지극히 중요한 선거인 것이다.
18개월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내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고독한「아우트사이더」로 출마, 가장 지명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였던「맥거번」은 젊은 반체제세력의 지지, 당규개정 문제 등에 있어서의 비상한 정치기술발휘 등에 힘입어 지명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우리는 그의 몇 가지 주요정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닉슨」과「맥거번」의 대결은 68년의 「존슨」대「골드워터」때와 같이 미국국민에게 선명한 선택의 조건들을 제시하게 됐지만 한·미 방위조약, 주한미군, 전쟁억제력으로서의 아주 주둔미군사력의 철수여부문제 등과 관련하여「맥거번」후보의 과격한 군사·외교정견은 특히 한국 민에게는 큰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맥거번」이 승리하는 경우 현 공화당 행정부는 물론, 전 민주당행정부들의 외교·군사정책에 급변을 가져올 소지를 너무도 선명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적 제반 사회문제의 우선 해결을 위해 대외공약의 대폭축소로 국가자원의 재 배정을 제창하고 있다. 그의 정견을 반영한 전당대회선거강령과 지명수락연설은 월남으로부터의 즉각·완전철수를 공약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그 맹 방들이 치른 막대한 희생을 헛되이 하고, 나아가선 월맹으로 하여금 진지하게 협상에 응하지 않게도 할 수 있는 유혹이 될 것이다. 동남아로부터의 일방적 후퇴는『패전하고 당선되느니 승전하고 낙선』을 택하겠다는「닉슨」의 결의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또 유태계 유권자들의 표밭을 의식하여 지중해 등 중동지역에는 미국의 군사적 존재를 계속 유지하겠다 하면서 인지로부터의 전면철수를 공약한 것 등은 균형 잃은 정치적「제스처」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의 대외개입을 비판해온 중공마저 소련의 세력팽창방지와 평화유지를 위해 구주와 아 주로 부 터의 미국퇴장을 우려하는 듯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맥거번」후보는 또 미 국방예산과 대외 군 원의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레어드」국방장관은『백기를 든 항복예산』이라고 비판했지만, 힘의 유지를 통한 평화보존과 자위 력 강화를 미국에 의존하는 미국의 맹 방들로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견이다.
당내 반란세력의 동향과 유권자들의 의중판독에 따라 점진적인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희망하지만, 우리로서는 2차대전 후 미국이 맡아 온 역할에 뒷수습 없는 급변이 있을 때 예상되는 혼란과 세계평화에의 위협을 그가 직시해 주기 바랄 뿐이다.
「맥거번」후보는 당내반대세력의 무마를 통한 당 결속, 그의 반체제적「신정치」에 대한 「미들·클라스·아메리칸」의 반발에 맞춘 궤도수정, 그러면서도 그의「급진적」지지세력을 이탈시키지 않는 전략수립 등 허다한 난제들을 안고있다. 요컨대 우리는 1, 2차 대전 때까지만 해도 국제주의를 고 창했던 미국의 진보 파들이 하루아침에 신판 고립주의자로 화해 「요새 미국」으로 움츠러들지 않도록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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