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4공동성명, 그 이후 대미, 대유엔 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남북한의 합의는 『미국의 대한정책이 변경될 것인가』, 특히 『미국의 북한방위 공약은 축소될 것인가』 라는 의문을 던졌다.
닉슨행정부의「아시아」정책의 기조를 놓고 보면 이런 의문은 필연적이다. 지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널리 선전된 닉슨·독토리이에서 집약적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아시아의 분쟁은 아시아 사람에게 맡기고 미국은 뒷전에서 전략 및 군수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친 다른 내용이다. 이런 기본방침에 따라 미국은 닉슨행정부가 들어선 이레 주한미군의 1차 철군을 단행했다.
한국군 현대화 계속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남북이 지난 27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극동의『태풍의 눈(목)』이라고 불리던 이 지역에 화해 바람을 받아 들인다면 형식논리상으로는 이 지역이 미국의 공약축소지역으로 완벽한 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5일 국무성 관리들이 『우리는 현재로는 대한 정책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닉슨의 한국에 대한 적용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한국군 현대화 계획을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듯한 「브레이」의 말은「닉슨」 행정부의 「힘의 입장」이라는 협상철학을 잘 표현하고 있다.
「힘의 입장」은 「닉슨」의 융통성의 전제이며 협상의 바탕이다. 근가 「모스크바」정상회담에서 전략무기제한협정을 마침내 성사시키고 돌아와서도 전략무기개발을 위한 예산 증액을 요청하여 의회와 팽팽하게 맞서 있지만 이것이 바로「닉슨」의「힘의 입장」철학이다.
「브레이」는 남북 함의 사항이 구체적으로 설천되기 전에는 대한정책이나 대한방위공약의 재고 같은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여 한국정부의 북한과의 협상에도 힘의 입장을 적용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하겠다.
더우기 한·미관켸는 이제 한국이「닉슨」의 세계정책을 전폭 추종하고 나섰기 때문에 지난해 말 비상사태 선포를 둘러싸고 서울과 「워싱턴」간에 깔려 있던 냉랭한 구름이 활짝 걷혔다고 하겠다.
그러나 미국관리들에 의한 「힘의 입장」강조는 그것 말고도 절박한 사연이 있다고 보겠다. 그것은 행정부의 의회에 대한 선수로 간주된다. 의회는「닉슨」의 「힘의 입장」이라는 철학자체를 크게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급빙을 들은 의회, 특히 상원이 통한군원 삭감, 미군추가 철수를 요구하고 나올 것은·쉽게 짐작된다.
대한정책수립에 참여하는 관리도 의회가 한반도의 계속적인 긴장완화를 해서도 미국의 지원 계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공동성명에 명시된『한국사람끼리, 외세의 간섭 없이 통일노력을 하자』는 결의를 가지고 미행정부가 적지 않게 의회로부터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성턴 포스트지는 박대통령을 칭찬하는 사설 대목에서 그를 민족주의자라고 표현했다. 불티모·선지는 남북한의 합의를 내셔널리즘의 입장에서 보았다.
전후시대에서 미국은 후진국 특히 미국지원 아래에 있는 나라에서 민족주의가 싹트는 것을 그렇게 환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경우 미국관리들은 남북합의에서 민족주의의 요소를 지적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지금 강력한 「내셔널리즘」을 강조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남북 비밀협상에 미국이 어떤역할을 얼마나 했는지가 큰 의문의 하나이지만. 만약 남북협상이 순전히 한국과 북한의 이니셔티브로 성립될 것이라고 할 때 새 세력관계나 밸런스의 정립에서 미국이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되면 혹시 남침같은 비상사태가 있을 경우 (물론 미군이 완전 철수된 뒤) 미국은 한반도의 분쟁을 내전으로 볼 수밖에 없어 개입의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리대로 하자면 한국은 일부러 라도 미국의 막후역할에 어느정도까지 의존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한편 유엔 한국문제 토의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리하다는 전망이다. 한국은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이른바 「원천적 봉쇄」의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운영위 때 영국대표가 앞장서서 역설한 것은 남북적십자회담이 열었으니 남북한에 그들의 문제를 해결토록 기회를 주자고 한 것이다. 결국 이런 명분이 채택됐다.
따라서 이번 남북합의는 적십자회담보다 훨씬 앞지르는 진전이니 만큼 이번 총회에서도 남북한에 한국문제를 맡겨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또한 이러한 주장이 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구평무용의 이번 긴장완화조치는 그렇게 유리한 입장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예컨대 중공이 주한 「유엔」 군의 해체· 언커크 해산 및 중공을 침략고로 규정한 유엔 결의의 무효화 등을 요구하고 나서는 경우가 그렇다. ·
미는 월남에의 자극 희망
이 문제와 관련뇐 질문에 대해 「브레이」국무성 대번인은 독일과 한국은 상당히 다른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미국이 이번 가을의 유엔총회에서 한국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관리들이나 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한반도의 데탕트는 현대 국간의 평화무드, 그 중에서도 특히 미·중공의 화해에서 발단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가 역으로 미·중공 내 아시아 전체의 긴장완화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무엇보다도 바라는 것은 남북간의 대화가 월남 및 월맹에도 자극을 줬으면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간의 협조도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돌입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