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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제2외국어」채택과 과제들|자격교사 양성 선행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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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에의 정규 유학허용, 일본어 학원의 최초인가 등 해방이후 27년 동안 한·일 두 나라의 특수관계로 묶여왔던 것을 풀기 시작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교와 대학에서 일본어를 내년부터 가르치기로 방침을 세웠다. 고교교육과정의 제2외국어에 일본어를 포함시키라는 5일의 박대통령 지시에 따라 문교부는 구체적인 사항의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어교육은 해방까지 36년간의 일체통치시절의 기억과 역사상 융화하기 어려웠던 한·일 두 나라사이의 적대감정 등으로 일반적으로 기피된 경향이 있어왔고 필요성을 인정한 측에서도 외적인 여건으로 이의 발설을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과의 기술협력의 증진을 위해 일본은 우리 나라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고, 특히 농업분야의 서적이나 기술 서적을 보려면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박대통령의 주장에 의견을 제시하는 이도 있으나 시의에 적절한 표현이라고 동조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일본어를 정규교과로 하기까지에는 관개법령의 개정, 일본어 교사의 양성, 교과서의 편찬 및 공급 등 먼저 해결해야할 어려운 작업이 쌓여있다.
이에 앞서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듣는 등 여론도 참고해야할 것이다.
현행 고교교육과정에 따르면 필수 외국어교과인 영어I 과 필수선택교과인 영어Ⅱ 이외에 독어·불어·중국어·「에스파니아」어 등 4개 국어가 선택교과로 되어있어 여기에 일본어가 추가되면 5개 국어가 선택교과가 된다.
이수시간은 영어I 이 18단위(3백24시간) 영어Ⅱ와 기타 4개 국어 중 1개 교과가 30단위(5백40시간)이어서 영어는 주당 평균 3∼4간, 제2외국어는·1∼2시간을 가르치도록 되어 있다. 일본어가 제2외국어로 될 경우도 이에 준하게 될 것이다.
제2외국어 가운데 중국어와 「에스파니아」어는 교과로는 설정되어있으나 학교실정에 따라 고교생들에게 전혀 교육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교과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A고교에 중국어 희망자가 20여명, 「에스파니아」어 희망자가 10여명일 때 1개 교실에 수용하여 1명의 교사를 배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으므로 독어·불어 중에서 선택하게 강요 될 수밖에 없다.
교과목별 고교 교원수의경우 영어는 자격증 소지교원이 1천3백80명에 표시과목 담당교원이 1천3백25명, 독어는 2백 명에 1백85명, 불어는 1백9명에 1백4명인데 비해 중국어는 자격증 소지교원이 4명에 표시과목 담당교원은 1명도 없고 「에스파니아」어는 어느 쪽도 없다.
일본어의 교과 신설과 함께 교사가 최소한 독어교사인 4백 명 선은 넘어야 할 것임에 비춰 이상과 같은 문제점도 아울러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학에서의 일본어 교수는 수나 질에 있어서 모자란 형편. 일본어 담당교사 문제를 볼 때 현재 대학에서 일본어과를 갖고있는 곳은 외대와 국제대 2개 뿐으로 1년에 8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을 그나마 교사로 채용하기 위해서는 교직과목을 이수토록 하여 자격증을 줄 수 있도록 교원자격 검정령 제4조(자격증 표시과목)에 일본어를 삽입하여야하며 이밖에 준교사 검정고시로 하든지, 임시 교원양성소를 설치 운영은 과도적인 조처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교육대상이 많은 고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에 앞서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선택교과로 일본어를 벌써 설정했어야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이들은 교사공급 면에서만 보아도 대학정원조정에 의한 일본어과의 증원 및 신설인가 등 시일이 걸리는 문제가 뒤따르므로 내년부터 대학에서의 정원조정에 일본어과를 고려하기로 했다해도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과도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2외국어를 활용한다는 면에서 보아도 고교보다는 대학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 교과서 편찬문제를 보아도 검인정교과서를 만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리게되어 내년부터 교과로 설정하려면 한문 교과서와 같이 저자공동집필교과서의 편찬공급이 불가피하다.
교원자격 검정령과 함께 각급 학교의 교과의 교수요지·과목 및 수업시간 수와 기타학급활동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교육과정령의 개정도 필요하다.
일본어가 제2외국어로 추가될 경우 단순히 배우기가 쉽다는 이유만으로도 상당한 선택자가 생길 것이고 그밖에 대부분의 국내 출판참고서적이 일어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제2외국어 중 70%이상의 선택자를 가진 독어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강두식 교수(서울대문리대문학부장)는 일본어를 택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겠지만 일본어는 선택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집중선택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경우 학생들은 제2외국어를 2개 과목 하게되어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박성원 교수(외대일어과)는 좀더 일찍부터 일본어교육을 실시해야 했을 것이나 한·일간의 미묘한 감정 때문에 지연됐었다고 전제, 부족되는 교사를 메우기 위해 일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일정기간의 연수를 거쳐 교사로 채용해야만 전국적 실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어교과의 설정에 앞서 서울시내에만도 15개 인가학원을 비롯, 무인가를 합해 2백여 개소의 사설학원에서 8천 여명의 수강생이 일어를 배우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 일어교육이 일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식을 갖고 상대국을 알고 전진적인 문화를 흡수 소화하는데 필요한 것이라는 정신자세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대체로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난점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시일을 고려하여 우선 내년에는 실험학교를 선정 운영하는 방법이 무난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이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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