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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유를] 10. 일주일 시작을 금요일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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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유대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서구학자의 대부분은 유대인이다. 노벨상의 절반은 유대인들 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 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다가 다시 그 먼 옛날 조상들이 살던 땅을 다시 차지하고 '원래 우리 땅이오' 하고 우기는 그들이다. 허나 우기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대인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들의 여가관리에 있다. 역사상 어떤 민족도 유대인들 만큼 휴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민족은 없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도 그들이 목숨 걸고 지킨 관습은 안식일 제도였다.

안식일은 성서의 창세기로부터 비롯된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만드는데 6일을 사용하고 7일째를 성스러운 휴식의 날, 즉 안식일로 정했다. 7일째는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되도록 정했다. 안식일에 쉬지 않는 자는 벌까지 받아야 했다.

안식일은 일주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유대인의 생활내규라고 할 수 있는 구약성서의 레위기는 6년을 일하고 7년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쉬도록 정해 놓고 있다.

안식년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였다. 뿐만 아니다. 7년의 7번 주기가 끝난 다음해, 즉 50번째 해는 희년이라 하여 아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희년에는 노예가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고, 빼앗은 토지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빚도 탕감해 준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작하는 땅 또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희년에는 자연도 쉬어야 했다.

유대인 사회는 노동중심의 사회가 아니었다. 쉴 때를 확실하게 지키는 여가중심의 문화였다. 이러한 근본적인 휴식의 원칙들을 통해 유대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관리 체계를 갖춘 민족이 되었다. 그들의 여가중심 문화가 역설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노동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회사에서 읽고 있다면 월요병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일이 손에 안 잡히기 때문이다. 월요병이 생기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일주일이 월요일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월요병을 없애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즐겁고 행복한 금요일 저녁부터 일주일을 시작하면 된다. 월요일은 일주일의 여러 날들 중 하루에 불과할 뿐이다. 새로 시작한다고 부담스럽게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일단 컴퓨터로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달력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으로 한 주간을 시작하자. 이렇게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일주일은 '남의 돈 따먹겠다'고 주먹 불끈 쥐며 시작하는 일주일과는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김정운 명지대학교 여가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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