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군납 부정 사건 군재 1번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육군 본부 보통 군법 회의는 29일 대규모 군납 부정 사건 선고 공판에서 두 장성에게는 사형과 무기 징역, 네 영관에게는 10년 내지 15년 징역형을 각 각 선고했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고등 군법 회의와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도 남아 있기에 여기서 판결 자체를 논평한다는 것은 시기 상조일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의 귀추에 대해서는 60만 국군 장병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에 우리의 소감을 피력해 둘 필요를 느낀다.
이번 군법회의의 판결문은 개론 법학적 죄형론보다는 군 전체에 대한 훈계를 기도하고 있음을 특히 주목해야 할 듯 하다.
판결문은 『직위나 계급이 높을수록 더욱 무거운 책임 속에서 솔선 수범으로 장병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했고, 『군납 조달품은 국방 준비에 기여코자 국민들이 내는 힘겨운 세금으로 얻어진다는 점을 생각할 때… 막대한 금원을 수수 착복하였음은 군을 좀먹고 군의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실로 매국 이적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죄하고 있다. 이 같은 판결 취지는 형량 적용의 근거가 된 뇌물죄 등 독직 행위와 이적 행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설파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법리상으로는 약간의 비약이 없지도 않다. 그렇지만 비상시국 하 일벌백계로써 군 전체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목적론적 입장에선 형량론으로서는 전례가 전혀 없지도 않다. 사실이지 이번의 군납 부정 사건은 휴전 후 가장 큰 군의 부정 사건으로 왕년의 국민 방위군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막대한 금품을 수수 착복함으로써 군의 명예와 사기를 좀먹게 한 것이기에 군법 회의가 추상과 같은 엄벌 주의를 택한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판결문은 나아가 『대항하는 적보다 아군을 좀먹는 전우가 더욱 무서운 것을 생각할 때 다시는 이러한 부정이 재발되지 않도록 본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하여 사형과 무기 징역 및 유기 징역을 선고하고 아울러 수뢰액을 추징한 것은 일벌백계를 위한 추상과 같은 단안을 내린 취지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 같은 불상사는 60만 대군 중에 섞인 극소수 분자에 의해 저질러진 예외적인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규율과 명예를 생명으로 하는 군에 있어서는 이 같은 부정 부패 분자가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어서는 전군의 사기를 저하시켜 일단 긴급시 국가를 누란의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이다. 신문 지면을 보면 군은 과감한 숙군 작업을 벌여 인사 기록 「카드」를 변조하여 진급했거나 국방 대학원에 입교한 자를 징계하고 공문서를 변조한 문관을 입건했다고 하는 바 이 역시 국군의 명예와 사기 진작을 위해 당연하면서도 매우 잘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판결문에서도 대항하는 적보다는 아군을 좀먹는 전우가 더 무서운 것이요, 군에 부정 부패가 미만하는 경우에는 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듯이 앞으로 군은 더욱 과감한 국기 숙정에 힘씀으로써 이 같은 불상사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군대 사회에서는 조그마한 부정도 반드시 처벌되며 불법적으로 수수된 금품이 있으면 그 금액이 추징금으로 환수된다는 사실을 뚜렷이 밝힘으로써 감히 부정 부패 행위를 생각하는 자가 없어지기를 국민은 기대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군납 부정 사건에 관련된 피고인에 대한 중형의 선고는 정히 일벌백계의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 하겠으며, 이번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모든 해설에 부정 부패 일소의 효과가 파급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