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밖 생활현장|불안과 소외감으로 고심하는 대학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번 주일부터 시작되는 기말시험에 이어 전국의 각 대학은 내주부터 긴 여름휴가 들어간다. 강의실을 잠시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의 생활무대는 강의실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보다 많은 시간을 강의실 바깥에서 보낸다.
한국「유네스코」학생협회가 지난 1일∼7일 서울시내 11개 대학 5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들의 생활현장을 보면-.

<한국 유네스코 학생협회조사>
거기에는 젊은이들의 이상과 정열과 좌절이 공존하고 환희와 고민, 전통적 관습과 서구적 유행이 얽혀있다.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목적 의식이 없다』(64% 경희대 조사)고 말하고 『요즈음 젊은이들은 이미 이루어진 안일을 추구하여 현실만족에서 위안을 찾는다』고 자신들을 말한다.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는 사회계층의 현격한 차이 등에서 그들의 이상과 정열은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해소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폿집·다방·노래·동창회·하숙방·「미팅」 등을 통해 그들 생활의 단면을 보자.
◇대폿집=83%의 대학생이 거의 매주 술집에 간다. 그 중에서도 5.8%는 매일 가는 주당급. 그들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43.9%) 또는 『울적한 기분을 느껴서』(24.6%) 대폿집을 찾는다. 그들에게 술값은 그것이 싼 막걸리이지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공동부담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하지만 56.7%의 학생이 자기의 시계를 저당 잡히면서까지 술을 마셔야하는 이유는 스스로도 모른다. 주량도 84%가 막걸리 1되 이상이다.
여대생에 있어서도 대폿집은 이제 익숙한 곳으로 되었다. 52%의 여대생이 대폿집에 들른 경험이 있으며 3.4%는 가끔 자발적으로 들른다. 그들은 대폿집에 가는 것을 약 80%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여대생의 대폿집 출입에 눈살을 찌푸리는 기성인들을 나무란다.
◇다방=다방을 이용하는 빈도는 여대생이 더 많다.
1주일에 3회 이상 출입하는 사람이 여자는 93.2%, 남자는 90.7%. 각각 20%이상이 매일 다방을 출입한다.
약속이나 대화를 위한 장소(80.5%)로 이곳을 이용한다. 특별한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안에 이용할만한 휴게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55%) 그들의 생활무대는 바깥으로만 향하는 것이다. 찻값이 비싸고(52.7%) 공기가 탁하다는 불평(48.5%)을 하면서도 그들은 다방을 찾는다.
◇노래=「캠퍼스」곳곳에 4∼5명의 학생들이 어울리면 「기타」반주에 맞추어 곧잘 노래 부르는 광경을 흔히 본다. YMCA 대학생부 노래 「클럽」에는 학기마다 신규가입자가 눌어가고 있다. 야유회나 등산에서도 젊은이들의 필수장비는 언제부터인지 「기타」가 됐다.
그들은 또 『여럿이 함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64.7%), 이들은 친구들이나 「클럽」의 모임에서 노래를 배우기도 하지만(39%) 「라디오」나 TV·「레코드」 등으로(57.9%) 더 많이 배운다. 대학생들에 인기 있는 노래는 외국의 「팝송」(20.3%) 「포크·송」(18.6%) 「캠프·송」(15.3%) 한국가곡(13.2%) 「클래식」(13%)의 순. 48.8%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실력을 갖고있다.
◇동창회=입학시험장의 격문에서 비롯되는 대학에서의 동창회는 대학선거, 졸업 때의 환송회에까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캠퍼스」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고교를 졸업하고 처음 대학의 문을 들어설 때 동창의 선배는 「대학생활에 관한 안내」, 「서클」가입권유, 4년간의 생활계획, 취직 및 사회진출에의 조언 등으로 내면적인 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1년에 1∼2회(81.6%)정도이며, 술을 마시거나(50.3%) 야유회(19.9%)를 갖는 정도이다. 대학선거가 한창인 6월초 각 대학의 게시판에는 동창회 소집공고가 틈이 없을 정도로 나붙었지만 비록 동창이 회장에 출마했더라도 26.9%(남자), 16.0%(여자)만이 무조건 그에게 투표한다는 것이며, 78.4%가 인물에 따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동창회가 동창 아닌 특정인물을 지지하기로 했을 때 이에 따르는 정도는 5.6%다. 여대생의 경우 선거에서의 객관성은 더욱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창회의 특정후보 지지에 따른다』는 남자 9.4%에, 여자 3%이다.
◇「미팅」=봄·가을의 야외가 좋은 계절이면 대학가에는 갖가지 명목의 「그룹·미팅」이 성행한다. 같은 대학도 많지만 과나 고향이 같은 타 대학생들끼리 혹은 타 대학의 특정 학과끼리 갖는 모임이 주로 야외에서 이루어진다. 대학생활은 「미팅」에서 시작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 행사는 대학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다방에서 간단히 만나는 「티·미팅」(이것은 저녁식사까지로도 발전한다)에서 야외「미팅」, 「파트너·미팅」(대학축제 등에서), 「비포·미팅」「애프터·미팅」등 그 종류도 많다.
경비 부담이 문제다. 신분이 학생이니 만큼 어떠한 사람이 전부를 부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대략 남자가 5, 여자가 3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으나 대학의 명성에 따라 이 값도 가끔 바뀌게 된다. 「파트너」를 정하는 것도 번호를 쓰던 딱딱함을 지양하고 요즈음은 남녀가 각각 「바람과 함께」-「사라지다」「재클린」=「오나시스」등으로 멋을 부린다.
이들이 「미팅」을 대학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이성을 알고 배울 수 있다』(77%)『이성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8.5%)『인생을 즐기기 위해서』(7.5%)『결혼상대를 구하기 위해서』(6%) 등이다.
◇하숙방=하숙생 이상으로 방학을 좋아하고, 그 묘미를 아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서울에 있는 하숙방의 집결지는 대개 신촌지구, 청량리지구, 성동지구, 안암지구 등이다.
1∼2평의 크기에 2명이 합숙하는 경우 1만2천원∼1만4천원의 하숙비를 낸다. 보통 월 2만원∼2만5천원씩 붙여 오는 돈으로 하숙비를 낸 뒤, 돈이 오는 그날은 그래도 잔칫집 같은 풍성함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금전출납부를 써야하고, 병들어 눕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권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