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사진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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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많은 여성들이 「카메라」에 취미를 붙이고 이미 「아마추어」를 넘는 실력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지만, 막상 사진작가로서 전문직의 길을 밟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응용미술의 모든 분야에서 사진작품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흔히 한곬으로 생각해왔던 「예술사진」만의 영역을 훨씬 뛰어넘어 판화·그래픽 디자인의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광고분야에 까지 광범위하게 사진작가의 손이 뻗치고 있는 것이다.
즉 요즘의 생활미술이 각분야를 종합해야 하는 것인 만큼 사진작품도 하나의 필수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작품의 분야가 확대됨에 따라 직업으로서의 사진작가가 더욱 유리하게 뻗어나갈 수 있으며 요즘 외국처럼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리고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는 사진작가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의 경우 사진작가로서 전문적인 활약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며 단지 숙대 강사 김테레사씨가 학교에서 사진강의와 작품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교에서는 대개 미술대학에서 사진과목을 강의하고 있는데 여성교수는 이대의 이혜숙씨와 숙대의 김테레사씨 정도.
김테레사씨는 동아사진「콘테스트」, 국제「살롱」전 입상을 비롯하여 두 번의 개인전으로 튼튼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순수 사진작가로서는 드물게 작품소화가 잘되는 편이다.
『요즘의 생활미술은 사진 없이는 안된다. 그러므로 사진작가들이 얼마든지 새 분야를 유리하게 개척할 수 있다』고, 김테레사씨는 특히 사진이 상업면으로 유리한 분야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은 아이디어가 매거니즘과 합쳐 나오는, 예술일 뿐 아니라 하나의 생생한 기록이므로 작가의 센스와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러므로 감각적인 면에 뛰어난 여성들에겐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여성이 사진을 하는데는 무거운 기계를 들고 다니는 불편 등 약간의 신체적 「핸디캡」이 있을 뿐 현재로서는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받을 필요가 없이 독자적 능력만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처럼 처음 취미로 시작했다가 전문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서 다른 분야보다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는 점도 진출의 난관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출발하려면 장비만 해도 몇10만원씩 들여야 하고 작품제작에서도 칼라사진 1장 뽑는데도 1만원 이상 들여야 할 정도이다.
특히 여성작가들이 결혼하면 이내 그만두는 경우도 이러한 점과 관계를 두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의 사진기자들은 가장 유리하게 사진 작가로서의 분야를 밟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경자씨(전 여원기자)나 박영숙씨(전 여상기자) 김광자씨(전 한국일보기자) 등 우수한 사람들이 결혼 후 손을 떼어 『한국의 여성 사진작가들을 조로한다』는 안타까운 평을 듣고있다.
더욱이 여성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패션」이나 광고분야는 아직껏 미개척 분야로서 여성들의 진출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본격적인 상업사진을 하지 않고 있는 김테레사씨의 경우, 작품은 주로 잡지사에 넘기고 개인전에서 소화하는데 잡지에 실릴 때 7∼8장에 3만원 정도, 그 밖의 작품거래는 전지당 5만원(칼라)에서 3만원(흑백)선.
사진작가들이 많이 하고 있는 「캘린더」의 사진은 원고 1장(4×5)에 3만원∼5만원 정도.
『분야는 넓으므로 자신의 실력만이 문제다. 그것은 한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작가가 사진을 통해 표현하여 이야기를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김테레사씨는 말한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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