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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번 선풍 미국사회 간과된 불만의 돌파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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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정치의 계절은 평론가의 수난시대이기도 하다. 조지·맥거번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이 거의 확실해지자 작년 말부터 에드먼드·머스키 지명을 예언해온 정치평론가들은 일제히 그들의 오산의 원인을 캐는 반성론을 쓰기 시작했다.
맥거번 선풍의 배경은 무엇이며 소의 전문가들이 정치평론을 쓸 때 간과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의 결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맥거번 승리의 원인을 그의 조직과 운동원들의 인해전술에서 찾는 것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올솝 형제 같은 닉슨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평론가들이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직과 선거운동 방식만으로는 맥거번 선풍의 전부가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회 병리학적 진단」이다.
6월7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톰·브래든의 글이 대표적인 것이다.
브래든은 많은 미국인들이 지금 사회적인 가치기준을 잃고 방황하는 것이 맥거번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미국인들은 63년11월 존·F·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부터 가치기준을 잃고 소외감을 느껴 정신적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스스로 느낀다고 브래든은 말했다.
브래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정치에 대한 현 미국인의 무드를 이데올로기의 문제로만 파악한 결과 중도파 사람의 승리밖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반성한다.
『그러나 맥거번 미국인의 무드를 비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미국적인 가치의 복활을 갈망한다고 보고 차분히 미국인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머스키도 확신을 주는 자세였다.
그러나 머스키는 미국인들에게 위안을 주었지만 맥거번 은 변화를 약속했다. 조지·월리스도 변화를 약속했지만 미국인들은 그와 같은 격정적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편 조세프·크래프트는 역시 워싱턴·포스트지를 통해 미국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지적했다.
50년대 선거를 좌우하던 블루·칼러의 감소, 사회적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소속을 떠난 독자적인 후보 선택 경향, 「산업사회 이후」급격해진 교외인구의 증가현상은 중도파 후보의 기반을 뒤흔들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몰랐다는게 크래프트의 반성이다.
차머즈·로버츠의 다음과 같은 말은 적절한 결론이라고 하겠다.
『맥거번 승리는 일반적으로 간과된 불만의 깊이를 드러냈다. 미국인들 사이에 흐르는 불만의 강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가 밝혀지지 않은 의문이다.』
닉슨 진영에서는 닉슨은 중도파, 맥거번은 좌파라는, 역시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서 닉슨 재선을 낙관한다.
그러나 로버츠가 말하는 불만의 강이 의외로 깊고, 브래든이 말하는 미국인들의 좌절감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라면 11월에도 맥거번 쇼크가 나타날는지도 모른다. 이데올로기의 기능상실을 목격한 전문가들은 현재의 예상대로 맥거번이 닉슨에게 패배할 경우 원인은 그가 좌파라서가 아니라 맥거번 지명에 필연적으로 따를 민주당의 분열 때문일 것이라고 또 한번 예언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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